2024-04-27 20:35 (토)
이주민을 향한 우리의 자화상
이주민을 향한 우리의 자화상
  • 박춘성 기자
  • 승인 2023.07.16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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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성 지방자치부 부국장
박춘성 지방자치부 부국장

지난 1963년 7800명에 이르는 한국 광부들이 서독으로 떠났다. 광부들은 지하 1000m 탄광에서 30℃가 넘는 무더위를 견디며 일을 했다. 특히 광부들은 초창기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서러움도 견뎌야 했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한 달을 일하면 당시 한국의 장관들이 받는 월급만큼 돈을 벌 수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일을 했다. 그들의 힘든 여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선진국에 들어선 계기가 된 것이다.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것이 아직까지 실감이 나진 않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구인난에 직면했다. 식당, 농장, 수산 양식장, 건설 공사현장, 공장 할 것 없이 일할 사람들이 없다. 농촌, 어촌, 건축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멈춰 서야 하는 현실이다. 중소기업도 청년 세대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까지 더해져 사람 구하는 게 일상이 됐다. 요양병원은 간병인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병원장보다 간병인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지역마다 너도나도 외국인 노동자 이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번기에 투입될 인력 확보를 위해 계절노동자 제도를 확대하고, 비자를 늘리는 등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계라는 것이다. 경남 전역에 상당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제 이주노동의 확대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파주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가 사망 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사건이 충격을 주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돈사 내에 근로자의 숙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인식개선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일깨워 준 사건이다.

여론조사로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국은 이주민에게 가장 배타적인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지난 2021년 말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숫자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약 3.8% 수준으로 많은 것 같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비중은 10%가 넘는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농ㆍ수ㆍ축ㆍ제조업, 건설업 등 경제가 돌아갈 수 없는 시대, 전반적 고민이 필요하다.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우리 현실에서 외국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국 문호를 더 개방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2월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후 미국에서 나온 특허 수, 경제적 가치 등을 분석했을 때 최근 약 30년간 미국에서 이뤄진 혁신의 36%는 이민자가 창출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민자와, 그에 따른 풍부한 인적 자원이 미국의 혁신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정책은 여전히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제도와 인식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사실 이주민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외국인이 오지 않을 경우, 현재의 5200만 명에서 오는 2070년 3800만 명으로 약 140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이다. 인종과 피부색, 언어와 문화 등이 조금 다르더라도 이주민을 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다. 우리 지역에 더 많은 이주민이 찾아오게 하는, 그들이 정착해 가족을 이루고 진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할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과거 1963년 한국 광부들의 서러움을 한국을 찾은 외국 노동자들이 느끼지 않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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