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23 (토)
지역신문이 몸을 낮춰야 할 이유
지역신문이 몸을 낮춰야 할 이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7.12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거 여론조사 큰 힘 발휘
얼굴 알리기 도구로 최상
특정 후보와 밀착 폐해 커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지역신문이 지방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선거 전 여론조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후보자들 간 우열을 판단하기 힘들 때 오차범위 내 특정 후보가 앞선다고 보도하면, 선택의 손을 좌우로 흔들 수 있다. 지역신문이 선거운동 기간 특정 후보를 더 부각시킨다면, 그 후보는 함께 달리는 100m 경기에서 뒷바람을 받고 달리는 것과 같다. 얼굴 알리기에 지역신문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많이 나올수록 좋은 법이다. 물론 좋은 내용으로 나와야 한다.

`지역신문을 살려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지역신문에 얼굴이 많이 나오면 선거에 이긴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지방선거 구도가 확정되면 모든 입후보자를 신문에 사진과 함께 실린다. 몇 페이지 걸쳐 나오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어지러울 정도다. 거기에 기초지방의회의 입후보자까지 더하면 지역신문은 온통 정치인 얼굴판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신문이 지역 정치인을 위한 신문이 된다. 좋게 생각하면 지역정치가 실제 살아서 꿈틀댄다고 볼 수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해 머슴같이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신문이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신문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지면마다 펄떡거린다.

지역신문이 지역에서 힘을 쓰는 이유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한두 달 앞두고 여론조사의 결과를 내놓고 후보마다 지지도ㆍ선호도 등을 게재해 유권자의 눈길을 잡으면, 지역신문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예비후보들이 경쟁하는 현장마다 신문이 따라가 그들의 말을 담아 싣는다. 지역신문에서는 선거를 한창 앞두고 이미 선거 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지방선거는 항상 조기 과열될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이 후보들 활동보다 먼저인지 나중인지 모르지만 덩달아 달아오른다.

지역선거 출마를 바라고 4년 동안 출마를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고개를 바짝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신문 지면에 돈 뿌리고 상대 후보 헐뜯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뿐 아니라 온갖 혼탁한 선거운동이 판을 친다. 거의 예외 없이 신문마다 공천경쟁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상대 후보의 탈당전력ㆍ비리전과 등을 거론하며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예비 후보자가 등장하고, 지역 국회의원 지원설 등 비방ㆍ폭로전이 난무한다. 이런 보도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지방선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역신문이 후보를 제대로 알리는 바른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색 짙은 지역신문은 지방선거 출사표ㆍ예비후보 행보 등 고정 코너를 만들어 세세하게 다룬다. 심지어 특정 당의 공천 지원자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 알려준다. 사무실 개소식까지 알려 주는 친절한 기사도 넘친다. 유권자가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를 잘 알아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지역신문은 바른 선택을 위한 길잡이가 될 의무가 있다. 지역 정치인을 잘 못 뽑으면 지역에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경남 18개 시ㆍ군에서 함량 미달의 지역 정치인이 거덜먹거리는 행동은 지역 주민에게 지방자치제도의 환멸까지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특정 군지역은 군수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가 잦다. 선거운동 금품과 연루되거나 지지 세력과의 유착에서 비롯된다. 지역신문이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심지어 지역신문이 흑심을 품은 정치인과 한통속으로 몰고가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지역신문이 덩달아 춤을 춰야 박수 소리가 크게 난다. 신문에서 어떤 현직 시장이나 출마 예정자가 프리미엄과 조직력을 앞세워 지지율 선두를 달린다고 하면 선점효과를 쉽게 누릴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지역신문이 특정 후보를 두둔하면 안 되지만 보도에 신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며 많은 출마 예정자들이 신문사를 찾아 얼굴을 내미는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신문사와 친하면 손해를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때가 선거운동 기간뿐이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