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ㆍ야 대표와 대통령이 한 번도 자리를 같이해 국가발전을 위한 대화가 없었다. 대통령실의 전언에 의하면 사법 리스크로 피고인 신분인 이재명 대표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이 동분서주하면서 국정을 이끌고 있지만 세칭 영수회담을 못하는 여ㆍ야간 정치는 정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사건건 여당은 민주당이 국정운영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이고,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여당과 합의 없이 일방 독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문제를 놓고도 대통령과 야당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 번이나 만난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 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야당은 전임 대통령 깎아내리기라고 비판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를 놓고도 여ㆍ야가 격돌하고 있어 미묘한 불안감이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일부 국민들이 소금을 사재기하고 자녀들의 건강에 예민한 부모는 김을 많이 사두려고 시장을 누빈다는 소문이다. 원전 오염수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거리의 플래카드에 적힌 내용들이다. 여ㆍ야 가릴 것 없이 상대방에 적개감까지 표현하고 있어 국론분열만 조장하고 있다.

플래카드 내용은 모두 부정적인 표현이며, 대립적이고 분열적인 제로섬 사고를 강요하는 정치적 구호를 보면서 청량감을 느낄 누군가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전체 국민 다수는 그러한 언어를 폭력으로 경험하고야 말 것이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사가 오늘날 국가와 사회에 망탈리테를 만든다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가 커진 것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과의 정치적인 소통이 부족한 것에서 출발했다. 제1야당은 후쿠시마 방류문제를 침소봉대해 민주당의 위기모면과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부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정부ㆍ여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설득하는 절차와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니까 불신만 더 키웠다. "WHO(세계보건기구)의 음용 기준은 1만㏃(베크렐)이다.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된 것이고 기준에 맞는다면 마시겠다" 고 한덕수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에게 답변한 것이다.

국회의 의정 토론장을 벗어나 현장 정치를 진행 중인 여ㆍ여 대표는 우선 자당이니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재판 중인 사실을 잊었는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체 하는 것인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자신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야 원래 집권여당을 견제한답시고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을 가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느끼지만, 여당 대표는 국민에 대한 민생을 챙겨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아야 한다.

조속히 정부ㆍ여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일본의 방류수 문제를 풀어갈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