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4:50 (일)
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만사다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3.06.2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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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인사가 만사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모든 일은 사람이 하고 모든 사건도 사람한테서 발생하고 사람이 희망이기도 하고 사람이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사람을 다루고 쓰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다. 공적인 영역인 행정에서 사람을 쓰는 일이야 오죽하겠나.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들도 사람을 잘못 써서 생긴 일들이다. 이를테면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 국정농단이 좋은 예다. 인사 실패의 경우 권좌에 있는 이들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해서 생긴다. 바꿔 말해 공공의 영역에 사적인 영역이 개입되면 권력의 사유화다.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중에 하나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28일 지난 시정에 대한 성과를 나열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 발표했다. 홍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으로 있는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김해문화재단은 대표이사를 선임 중인데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원자들을 압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홍 시장의 고교 선배가 선임이 된다는 둥, 문화 분야와는 관련이 없는 언론 분야의 대표가 선임된다는 둥 하는 잡음들이 나온다.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300여 명의 직원들을 통솔해야 하고 매년 220억 원의 김해시 출연금을 운용하면서 문화 공연 기획 및 시설 관리, 축제 기획, 관광 정책 개발 등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화재단 자체가 행정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출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해시의 출자금을 한 해에 220억 원씩 쓰는 재단으로서는 행정으로부터의 간섭을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지만 문화경영을 공부하고 문화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근무를 했던 이가 수장을 맡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난다. 부산 금정문화재단을 취재하고 대표이사 인터뷰를 가진 적 있다. 그는 문화재단의 성패는 행정과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곧 행정 수장인 시장과 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아닌 전문 문화경영인이 선임돼야 한다는 얘기다.

홍 시장은 문화재단 인사 우려에 대한 질의에 대해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했으나 문화재단 본부장의 경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시와의 협의와 가교 역할이 중요해 행정 공무원 출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홍 시장의 답변처럼 비전문가 출신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김해시는 특히 도내에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법정 문화도시에 지정되기도 했으며 클레이아크도자미술관은 도자특화 박물관으로 전국에서도 이름이 나 있고 새로 건립될 조각가 김영원미술관 건립도 문화의 저력이 있는 김해시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 성과들이 한순간의 오판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자체 수장의 한계와 역할에 대해 선후배들과 이야기하며 이런 말이 나왔다. "4년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단체장들이 정실인사나 낙하산 인사만 안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어차피 결재는 홍 시장이 할 것이다" 느리지만 숙고 뒤 늘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과학자(의사) 출신 홍 시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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