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31 (토)
김해, 원감국사
김해, 원감국사
  • 경남매일
  • 승인 2023.06.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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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원감국사의 가르침을 청해야 한다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이곳 김해에서, 계사년(1293년) 정월 10일에 국사께서는 열반을 앞두고 일어나 머리를 깨끗이 하고 옷을 갈아입으시면서 문인들에게 이르기를 "태어남이 있으면 또한 죽음이 있는 것은 인간 세상의 일이니, 나는 당연히 떠날 것이다. 너희들은 잘 지내시게!"하시고는 미시에 제자에게 향을 사르며 나라와 임금에 대해 축원을 시켜 마치셨다.

그후 문인의 게송 한 구절 청함에 이르시기를,"두루 살펴보니 지나간 세월이 어언 67년 오늘 아침에 이르러 모든 일 마치고 보니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본디대로 탄탄하고 평탄하여 길머리가 분명하니 잃을 것도 없음이여! 손에는 겨우 지팡이 하나이지만 도중에 다리조차 피곤치 않을 것 또한 기쁘구나"하시고 입적하셨다. 고려 충렬왕이 부음을 듣고는 슬퍼하시며 원감국사를 시호로, 탑호를 보명이라 증사하셨고, 부도 탑은 상동면 감노리 북쪽 골짜기에 세웠는데 지금은 없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불가에서는 큰스님을 두고, 평가에 앞서 죽음 앞에 이르러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죽음을 앞두고 나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어제 종친회를 찾은 원로께서는 국민건강공단에 찾아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서명을 하고 오셨다 하시면서 이왕 죽을 것을, 기계로 버티는 것은 아니라 본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 정답은 없다. 가중되는 치료비를 자식에게 떠넘기지 않고 훌훌 연명치료 없이 홀가분하게 삶을 정리하는 것도 한 방편이겠지만, 아직은 수양이 부족한 필부 인지라 연명치료 거부는 글쎄다. 행여라도 천수가 남아 있는데도 의사의 판단에 마냥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태어나고 죽음을 비유하여 하늘에 구름이 모였다 흩어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두렵다.

730년을 거슬러 감로사를 찾았다. 눈앞에 펼쳐진 노을 따라 낙동강이 찰랑거리는데, 법을 배워 깨닫기 위해 찾아든 선객들로 온 골짜기가 야단법석이다. 걸출한 국사의 가르침이 허공을 가르며 나고 죽음을 떨쳐낸다. 한숨 돌려 미묘 법을 찾으니 산등성이에 들어선 고압 철탑이 그날의 법열을 막고 있다. 지금이라도 눈 밝은 이 모셔다 끊어진 기운 이어, 원감국사의 가르침을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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