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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천천히 온나" "천천히 간다"
"좀 천천히 온나" "천천히 간다"
  • 경남매일
  • 승인 2023.06.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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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며칠 전 수로왕릉 앞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랜만에 종친회에 나오신 여든 나이의 원로들이 김해축협 산들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서너 명이 수로왕릉 앞 횡단보도를 중간쯤 건너가는데 분성사거리 쪽에서 달려오는 제법 광이 나는 승용 차량을 보고 놀라 먼저 건너가던 한 분이 "좀 천천히 온나" 말씀하셨다. 삼십 대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대뜸 "천천히 간다"라고 고함을 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서 쳐다보았다.

숭선전 참봉을 역임한 다리가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은 원로께서 "나이 드신 분에게 그리 말하면 안 되지요" 점잖게 말씀하신다. 모두가 젊은 운전자를 쳐다보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굳이 도로교통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요즘의 세대에게는 동방예의지국이 무색하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책임이기에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고, 앞으로의 세월이 갈수록 무섭다. 옛날 같으면 `멍석말이감`(죄를 범한 이를 멍석에 말아서 매질하는 형벌)인데 말이다.

아직도 일부 운전자들이 헷갈리는 횡단보도 우회전에 있어 사람이 있든 없든 일단은 섰다가 가면 된다. 일단정지란 바퀴가 완전히 도로에 정지한 상태를 말한다. `빨리빨리`가 일상이 된 우리로서는 어려운 일이라면 횡단보도는 운전자보다 보행자가 우선인 곳이므로 우선순위의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절실했던 지난 1970년대의 우리는 앞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치달렸지만, 지금의 우리는 OECD에 든 국민소득 3만 4980달러의 당당한 국민이다.

바로 보이는 횡단보도에서 운전도 그러한 데 우회전하면서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는 글쎄다. 우회전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꺼내든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이 3개월의 계도기간이 만료되어 지난 4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는데도 도로에 나서면 아랑곳하지 않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살펴보면, 우회전함에 있어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이면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하고, 횡단보도 신호가 적색이면 일시정지한 후에 우회전하면 된다.

또한, 우회전하려는 방향의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일 때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다면 일시정지를 한 후에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우회전할 수가 있고, 보행자가 없다면 서행하면서 우회전하면 된다. 길을 가다 보면 보행자가 없는데도 우회전하지 않고 서 있음에 뒤차 경적이 요란하다. 하나 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녹색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을 할 수가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고, 신호에 따라 우회전을 하더라도 보행자가 있으면 즉시 정지해야 된다.

우회전함에 일시정지의 규정은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문화를 전환하여 보행자의 안전 보장에 목적을 둔 것으로 위반 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 벌금, 30일 이하의 구류로 처벌될 수가 있는데 특례에 따라 범칙금이나 범칙금에다 10~15점 벌점도 부과된다. 나이 들어감에 서럽다. 나이를 먹지 않으려 하는 데 무심한 세월은 그냥 두지 않음을 안다면,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천천히 운전하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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