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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과 알제리, 그 학살의 기억
5ㆍ18과 알제리, 그 학살의 기억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5.24 2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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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제4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 18일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이 참석했다. 보수정당의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첫해에 이은 첫 2년 연속 참석을 했다.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5ㆍ18 추모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고 기념사를 했다. 모처럼 여야는 오월의 영령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5ㆍ18항쟁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헌정 유린에 광주 시민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서 싸워 이루어 낸 숭고한 역사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진영 대립으로 굴절된 현대사로 기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5월의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며 "5월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계승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이와는 동떨어진 퇴행이 계속되고 있다.

5ㆍ18 43주년 기념일날인 지난 18일 오후 KBS1-TV `다큐인사이트`에서는 5ㆍ18과 관련해 특별한 내용이 방송됐다. `로숑과 쇼벨`이라는 제목의 다큐는 5ㆍ18 당시 아이 등 실종된 사람을 찾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KBS 광주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당시 광주에서 취재 활동을 한 프랑스 종군기자인 `로숑`과 `패트릭 쇼벨`을 통해 입수한 사진을 통해 당시 실종된 이창현(당시 7살) 씨와 조영운(당시 9살) 씨의 신원과 행적 확인에 나섰다. 당시 실종된 만 19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79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시설 등에 강제 입소돼 어디론가 입양됐을 가능성이 프랑스 기자의 사진을 통해 제기됐다. 창현 군의 어머니 김말임 씨는 1980년 5월 26일 광주 전남도청 옆 운구 행렬 속에 서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오열했다. 총을 든 계엄군이 어린아이를 데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 쇼벨 기자가 당시 긴박한 상황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영운 씨는 아홉 살 때 광주에서 실종됐다. 가까스로 도망쳐 서울행 버스를 탔던 조 씨는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보내졌고 청소년기에는 부산보호소에서 생활했다. 사진을 발굴한 KBS광주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5ㆍ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와 함께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5ㆍ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KBS를 통해 새롭게 입수한 프랑스 기자 2명의 사진 1073장을 분석하고 있다. 만 19세 이하 행방불명자 79명 중 상당수가 시설 입소 뒤 강제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한 `2023아프리카영화제`(AFF)에서는 정보가 부족한 아프리카에 대한 다양한 문화와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가나, 알제리,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단, 짐바브웨, 말라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케나. 나이지리아, 튀니지 등 평소 접할 수 없는 아프리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는 부산 영화의전당과 서울 KT&G 상상마당 홍대에서 오는 31일까지 상영된다.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네이버TV 한ㆍ아프리카재단 채널에서도 무료 상영된다. 평소 접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영화를 통해 아프리카 문화를 알아볼 좋은 기회이다.

AFF에서 기후ㆍ지구환경, 청소년 성장기, 젠더ㆍ난민 문제를 다룬 아프리카 모의법정을 담은 다큐 등 눈길을 끄는 12편의 영화가 마련돼 있다. 이들 영화 중 5ㆍ18 민주화의 아픔과 유사한 프랑스 식민지배하의 알제리 독립을 담은 영화 `헬리오폴리스`(Heliopolis)는 충격이었다. 식민지배하의 알제리 구엘마 지역의 헬리오폴리스는 작은 마을에서 평범하게 흘러가던 한 가족의 일상이 철저히 파괴된다. 과거 1945년 5월 8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 선언된 날 알제리 국민은 프랑스 식민지 권력에 항거하고 조국 독립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군과 프랑스 정착민 민병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세티프와 구엘마 대학살로 역사에 기록된 사건을 그렸다. 당시 4만 5000명이 학살됐다. 1962년 7월 5일 알제리는 독립됐다. 2022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아르키`(HARKIS)는 1954년부터 1962년까지 민족해방전선(FLN)과 프랑스 공화국 간에 벌어진 알제리 전쟁 기간 중 프랑스 군에 입대해 활동했던 알제리인(아르키)의 애환을 담았다. 필립 포콩 감독은 `아르키`를 통해 프랑스를 향해 알제리 반군에 자행했던 고문과 동맹국에 가했던 쓰라린 배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말한다. `아르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는 역사의 희생이며 비극적인 인물이 됐다.

5ㆍ18과 알제리, 그리고 러ㆍ우 전쟁 등에서 빚어진 잔혹한 학살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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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2023-05-26 07:54:39
잘 읽고 갑니다ㆍ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