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28 (금)
무엇이 문제인가 ⑥
무엇이 문제인가 ⑥
  • 박정기
  • 승인 2023.05.08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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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이 대목은 사회발전의 요건이요, 시작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서로 호감을 느끼니 자연히 돕고 협력한다. 소위 인화(人和)다. 사회의 발전은 양보에서 시작한다.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정치가들이 거창하게 국가 발전책을 떠들지만 간단한 양보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사회는 양보를 모른다. 당연히 양보해야 할 때도 굳이 앞질러 간다. 붐비는 곳에서 남과 부딪쳐도 태연하다. 기분 나쁘다.

똑똑한 엄마들아! 정신 차려라. 가정교육은 엄마 책임이다. 만원 엘리베이터에 굳이 사람을 밀치고 타는가 하면, 큰 소리로 떠들고 전화도 할 말 다 한다. 출근 때부터 기분을 상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사람이 돌변한다. 사업상 나는 외국 친구가 많은데 모두가 서울 운전은 겁나서 못하겠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운전할 때 양보의 미덕을 더 지킨다. 도시 기능을 효율화 시키고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선진국 사람일수록 양보를 잘한다. 선진국이 된 이유가 다 있다.

우리도 돈 좀 벌기 시작한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여행을 즐기게 됐다. 여행자 수가 불어나니까 여행사가 주관하는 단체여행이 부쩍 늘었다. 여행지는 물론 서구 선진국이다. 그런데 창피하게도 방문국 여러 곳 호텔 식당에 `No Korean Tourist` 팻말이 나붙었다.

문제는 여행객이 떼로 몰려와서 난장판을 만들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 대고, 식사를 지저분하게 하고, 화장실 뒤처리가 어지럽고. 도대체 문화 민족답지 않은 행실이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낯 뜨거운 얘기가 한둘이 아니다.

그럼 왜 문화 시민답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는가? 첫째로 부모가 잘못 가르쳤고, 둘째로 그 사람은 자기 인생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인격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남부끄러운 짓을 할 수 있는가. 자존감이 없으니 남의 자존도 모른다. 그러니 남의 배려는 생각조차 못 한다. 부끄러운 행동은 결국 자기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요, 주위의 비웃음을 사고 천시를 당한다.

친구여, 내가 누군가를 다시 생각하자. 내 곁의 당신도 나 못지않게 소중한 인생임을 깨닫자.

둘째, 모함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 고소, 고발 건은 일본의 60배다. 서로 믿지 못하고, 속임수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창피하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남의 자존(自尊)을 무시한다. 남의 인격은 안중에 없으니 고소, 고발을 남발한다.

조선조 때 웬만한 인물치고 귀양살이는 보통이다. 수많은 인재가 사약을 받았다. 선비가 선비를 모함하는 사화만 4번, 기축사화 때는 무려 1000여 명의 선비가 죽었다. 모함은 숫제 정치의 한 부분이 됐다. 남을 비난하고 헐뜯으면 우선 자기 입이 더러워지고 인간관계가 깨지고 사회가 황폐해진다.

젊은이여, 훈훈한 인심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를 우리가 못 만들 것 없지 않은가! 우선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과도 따뜻한 눈인사부터 나누자! 그리고 우리의 미덕인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살리자! 자네나 나나 한 번 사는 귀한 삶을 타고났다. 너도나도 귀한 생명이요, 유아독존적 존재다. 모처럼의 인생, 너도나도 멋진 세상을 만들어 보지 않겠나? 셋째, 공공(公共)정신이다. 특히 윗사람의 공심(公心)이 부족하다. 일찍이 춘원(春園) 이광수는 그의 `민족개조론`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봉사의 정신이 없다. 희생정신도 없다. 공심(公心)이라곤 전혀 없다. 도대체 사(思), 언(言), 행(行)이 국가 민족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빙공영사(憑公營私, 나랏일은 돌보지도 않고 오로지 사적인 영리만 도모한다)의 악행만 거듭한다" 그는 조선 민족의 쇠퇴 원인은 도덕적 타락에 있다고 하면서 민족을 도덕적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개벽`에 기고했다. 부끄럽지만 이게 우리 현실이었다.

1894년 조선을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여행가 헤세-바르텍(Ernst von Hesse-Wartegg)은 "조선의 관리는 도둑이다. 탐관오리가 조선의 빈곤과 몰락을 가져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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