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01 (금)
추억의 역도, 모두가 함께 들어올리는 희망 
추억의 역도, 모두가 함께 들어올리는 희망 
  • 류덕희
  • 승인 2023.05.03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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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서 2023 아시아 역도선수권 대회
관광객ㆍ선수 함께 교감하는 경기 펼쳐
류덕희 진주시 일반성면장
류덕희 진주시 일반성면장

 

`역도`는 `역기`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운동이다. 학창 시절 폼나는 몸을 만든답시고 `아령`을 몸에 붙여 놓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저녁에 아령을 손에 쥐고 팔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였었다. 혹 담장 너머로 친구와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알통을 자랑하듯 팔을 굽혀 보이며 너스레를 떨곤 하였다. 아령을 가방에 넣어 다녔던 친구들도 있었다. 몸이 자산이고 몸이라도 튼튼히 하겠다는 시대적인 작은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껏 물오른 알통은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는 아니였을까? 아령은 역도 대용으로 쓴 작은 역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쁜 일상에 쫓겨 역도는 생활에서 옅어져 갔고 TV스포츠 행사를 통해서만 우리는 겨우 그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그 역도가 이제 추억처럼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2023년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가 오는 5.3부터 5.13일까지 우리 시에서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대회를 유치한 국내 도시가 서울, 부산, 전주, 평택 정도이니, 금번 국제행사 유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서상천이 1926년 우리나라에 처음 역도를 들여온 이후로 진주에서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이번 대회가 내년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달려 있어서 더 박진감 있는 경기가 펼쳐질 것 같다. 또한 대회 기간 중에 논개제 축제가 있어 선수들에게도 행복하며, 각국의 선수들에게 진주는 오래 기억되는 도시로 남지 않을까 한다.

역도는 다양한 모습을 가졌다. 생각 이상으로 진지한 스포츠다. 힘뿐만 아니라 기술도 중요하다. 몸 중심에 바벨이 있어야 큰 중량을 들 수 있는 과학이다. 체중이 가벼운 사람, 기록을 먼저 세운 사람이 승자가 되는 묵직한 합리주의자다. 경쟁자의 상황을 읽는 전략도 있고 메달권에 있거나 벗어날 때면 과감히 도박하는 삼세번의 승부사 근성도 있다. 또 혼자 참고 이겨내고 버텨내야 하는 고독한 품성도 지녔다. 릴케는 `시 창작의 원천은 고독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이라는 내면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듯 역도는 시(詩), 특히 정형시의 특성을 지녔다. 경기 공간인 `경기대` 는 정형시의 틀이다. 선수는 늘 좁은 4×4m의 공간(경기대)에서 혼자다.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고독하다. 여기서 힘과 기술, 집중과 인내력을 시험받고 정신적인 공포를 딛고 두 팔을 번쩍 드는 최종 승자의 기품이 고독한 시인의 품성을 닮았다.

그럼 이제 가자. 경기장을 찾아 우리의 눈을 한번 시험해 보자. 관람객은 도착하면 앞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과 교감할 수 있어. 첫 눈에 운명의 공간, `경기대`가 보인다. 선수는 경기중 이곳을 벗어나면 실격이지. 현미경 같은 눈을 번뜩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3명의 심판관이 앉아있다. 성공하면 희망의 초록 버튼, 실패하면 위기의 빨간 버튼을 울린다. 대기실에 있던 선수가 이제 막 불려 나온다.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손에 탄마 가루를 묻히고, 기합 소리를 크게 지르며 쉼호흡을 한다. 긴장감이 흐른다. 관중들도 마찬가지, 아니 저 앞 무대에 선 사람이 여러분일지도 몰라.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성공할 거야. 순간 더 조용한 정적이 흐른다. 누군가 바벨을 잡더니 몸을 앞뒤로 후려친다. "으라차차 …" 마침내 선수들의 5분 모노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 `와아… 와아…` 환호와 아쉬움이 엇갈린다. 1회 평가는 가혹한 것이야, 그래서 삼세번의 기회를 주지. 세계기록에 가까우면 한번 더 주고. 인상 성적에 실망한 선수가 말한다. "포기할 수 없어. 난 희망을 찾고 싶어." 지나간 훈련 연습 과정이 머릿속을 스친다. 코치와의 긴 대화, `나는 할 수 있어! 어머니와 약속했지!` 다시 선 경기대, 아무라도 좋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온몸에 솟구치는 힘! 그 선수는 마지막 용상에서 세상을 들어 올렸다, 아니, 참석한 선수 모두가 그런 희망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즐거운 모습의 관람객, 태양을 입에 물고 있다. 그들도 모두 이 경기에서 무언가 인생의 진실, 희망 한가지 얻어가는 기분이다. 2023년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진주, 모두가 함께 캐는 희망, 모두들 그런 행복한 꿈을 계속 지펴나가고 있다. 으라차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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