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다양한 영역의 슈퍼 리더들을 모시고 일한 적이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리더 이상의 리더라고 여겼던 그들의 주변에는 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뱀들의 정체를 알았고， 그 뱀의 독성을 이용해서 조직을 움직였다. 다소 안타까웠던 점은 뱀은 다른 조직원들을 공격할 때는 맹독을 사용하지만， 리더를 공격할 때는 이빨이 아니라 혀로 중독시킨다는 것을 그들이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 리더십 전문가 권민은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리더들을 리더되게 하는 조직원(팔로워)들은 옆에 두고 있는 리더들이 있는데， 그러한 조직원들을 헬퍼십(helpership)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카피도 있었지만， 이제는 위대한 이인자들을 찾고 있다. 협력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나 은 헬퍼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구영삼과 조태현의 `헬퍼십`(helpership)에서는 `헬퍼십`이란 리더십도 아니고 팔로워십(followership)도 아닌 리더가 리더 되게 하는 리더십이라고 한다. 헬퍼십은 보통은 중간리더라고 부르는 리더십이다. 이들은 리더를 따르는 팔로워이면서， 동시에 몇 명의 팔로워를 리드하는 리더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우 30대이고， 과장이나 차장 직급이면서 팀장으로 실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를 보좌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을 리드하여 조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섬김의 리더십은 명령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앞서 말한 권민은 `헬퍼， 팬， 에이전트`의 구분을 통해 헬퍼의 특성을 분명히 한다. 리더가 `팬`에게 일을 시키면，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언제 할까요(When)， 당장 할까요?"라 반응한다. 리더는 그들에게 명령만 내리면 된다. 그들은 리더의 기분이 흡족하도록 일을 만들어 내고 결과를 포장해 온다. 오직 리더가 시킨 일에 자기의 충성심을 추가하여 리더를 감동시키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다. `에이전트`는 철저히 일 중심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요(How)?"를 물어 온다. "이렇게 할까요? 그러면 이런 보수와 이런 대가를 주셔야 합니다" 일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하나 되기보다는 다른 기능과의 협조를 원한다. 그런데 헬퍼는 주어진 일에 대해 "왜 하는 것입니까(Why)?"라고 반응한다. 이런 말을 듣는 리더는 순간적으로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비전과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을 방지해 주는 용기 있는 발언이다. 헬퍼들은 `리더가 주는 이 일이 비전과 조직， 리더를 하나 되게 하는 일인가， 이것이 리더가 원래의 비전을 완성시키도록 하는 일인가， 이 일이 과연 리더를 리더 되게 하는 일인가?`를 리더와 자신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다.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점점 헬퍼들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조직에서 헬퍼가 되는 것은 어렵다. 모두 1인자의 권력과 그늘에 있기를 원하고 혹 2인자로서 자격과 역할이 생기면 항상 1인자에게 경계와 견제를 받아서 결국 숙청(?)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데이빗 히넌과 워렌 베니스는 `위대한 이인자들`(Co-Leaders)에서 조직에서 대부분은 헬퍼들이라고 하면서， 좋은 헬퍼가 되기 위한 10가지 점검리스트를 제공해 준다.

①너 자신을 알라. 헬퍼가 되는 것은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담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②리더를 알라. 리더가 당신을 선택할 때만큼 당신도 리더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

③큰 충돌을 피하라. 조직의 불문율을 인식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저항이 생길 수 있다.

④리더가 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것까지 제공하라. 비록 리더가 감정이 상할지라도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얘기하라. 현명한 리더는 일급정보의 가치를 안다.

⑤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훌륭하게 수행하라

⑥ 개인생활을 망치지 말라. 야심 많은 부관들은 배우자와 멀어지고 아이들과 낯선 사람이 된다.

⑦따르기도 하고 이끌기도 하라. 훌륭한 헬퍼는 좋은 조언자이며 능숙한 전달자이다.

⑧리더를 자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삼지 말아라.

⑨리더를 위한 친밀한 서포트(지지) 그룹을 만들라. 리더들은 과도한 많은 업무와 시간 부족 등으로 실수한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⑩똑똑한 헬퍼보다는 겸손한 헬퍼가 되어라. 온전한 헬퍼는 겸손한 헬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