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57 (금)
기승전 저출산, 4대 의무 위기까지
기승전 저출산, 4대 의무 위기까지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4.26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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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10여 년 전 부산 벡스코 `해외 유학 설명회`에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당시 설명회에는 일본, 미국 등 많은 나라 대학에서 상담 부스를 마련해 놓고 해외 유학 희망 학생을 상담했다. 부스를 돌아다니다 미국 대학 담당자와 얘기를 나누게 됐다. 당시 상담 부스를 개설한 미국 대학은 명문 대학은 아니나 주립대학과 거의 맞먹는 대학이었다. 그런 대학이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나선 점에 의아했다. 돌아온 답변이 명쾌했다. 미국 내 학령 인구 감소로 폐과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유학생 모집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평소 넘겨 보지도 못할 대학을 부족한 실력으로도 입학할 수 있다는 기회에 감탄했다. 그때 이미 세계는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 등 모든 학교가 존속 위기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유학이 손쉽게 되면 한국 대학 등 각 나라 대학 역시 학생 감소 도미노가 이어지게 된다. 풍선효과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선진국일수록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한국도 저출산 40년을 맞으면서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으로 국민의 4대 의무 중 교육과 국방의 의무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물론 초중고, 유치원 등 교육기관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저출산으로 군입대자가 줄면서 한국군 10개 군단 중 4개 군단이 이미 해체됐다고 한다. 10만 명 이상 병력이 감소했다. 병력 감소가 세계 5위의 군사력이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군사력 세계 1위인 미국은 세계 경찰의 입지는 흔들린다. 러-우 전쟁은 1년이 넘기고 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에 열을 올린다. 자주국방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데 저출산이 안보에 위기를 주고 있다. 첨단 무기 체제로 전환해야 하나 전투 교본에서처럼 최후의 승자는 보병이듯이 결국 군인(사람)이 있어야 된다.

저출산으로 우리 교육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학교 폐교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교사 신규 채용을 줄이는 계획을 발표해 교육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때문에 교사 감축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시기와 규모가 문제다. 지난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신규 채용은 계속 줄어 2026∼2027학년도에는 올해(3561)보다 18.6∼27.0% 감소한 연 2600∼2900명 안팎이 된다.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가 2013년 7365명에서 10년 만에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중ㆍ고교 교사의 경우 2026∼2027학년도에 올해(4898명)보다 최대 28.5% 감소한 3500∼4000명 내외를 신규 채용한다. 교육부는 이번 수급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초등 12.4명, 중ㆍ고등 12.3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0년 기준 14.4명, 13.6명)보다 낮아져 교육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령 인구 감소가 교사 감축의 직접적인 이유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향후 학생 수는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 이번 수급계획 시행 첫해인 2024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이 태어난 지난 2017년 출산율은 1052명, 오는 2025년 입학 학생이 출생한 2018년 출산율은 0.977명이었다. 이런 출산율 하락세는 지금까지 반전이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7년 공립 초ㆍ중ㆍ고 학생 수는 올해(439만 6000명)보다 13.2% 감소한 381만 7000명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런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교사 감축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교원양성기관의 정원을 제때 조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교사 임용 적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에도 교원수급계획만 발표하고 그에 따른 정원 조정 계획을 같이 내놓지 않았다. 교대ㆍ초등교육과 정원은 2012년 이후 10년 이상 거의 변화가 없다. 지금의 입학정원이 유지되고 2027년까지 계획대로 신규 채용이 줄어든다면 정원이 신규 채용 규모보다 최대 1200명 이상 많아진다.

교원단체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내세워 교사를 감축하는데 반발해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교육과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이번에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라는 한가지 지표로 교원 규모를 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원수급 문제는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적 관점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이번 교원수급 계획을 시행하는 세부 계획을 정교히 마련하고, 교사 양성기관의 입학정원을 조정하는 등의 후속 대책도 신속히 뒤따라야 하고 저출산 대책도 세워야 한다. 납세, 노동의 의무가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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