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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소금
바다와 소금
  • 김제홍
  • 승인 2023.04.26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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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바다의 생산물 중 가장 많은 것은 소금이다. 소금은 옛날 신성함과 맹세의 상징이었다. 소금이 음식 부패를 방지하고 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소금은 고대 국가재정의 한 축이었다. 중국의 진시황은 소금수입으로 군대를 양성했고 로마 역시 소금세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봉급생활자를 의미하는 샐러리맨(Salaryman)이라는 단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지급한 것에서 유래했다.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인 `Sal`, 소금을 지급한다는 뜻의 라틴어는 `Salarium`이다. `Salarium`이 시간이 지나면서 `Salary`로 변했다.

인간의 몸에는 약 120g의 소금이 혈액과 근육에 녹아있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는 혈액의 소금 농도 0.9%에서만 역할을 한다. 또, 우리 몸에서 나트륨(Na)이 부족하면 신경 전달에 필요한 전위차가 발생하지 않아 몇 분 안에 사망하고, 염소(Cl)는 위산을 만들고, 나트륨은 쓸개즙 등 알칼리성 소화액의 성분이 된다.

단맛을 내는 것은 많지만 짠맛을 내는 것은 소금뿐이다. 바닷물이 짠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육지에서 미네랄이 빗물에 녹아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강물에는 염화나트륨뿐만 아니라 칼슘, 이산화규소나 황산염 등이 있다. 바다에서 물이 증발할 때는 거의 순수한 물만 증발하고, 그 물이 바다로 되돌아올 때는 땅의 여러 미네랄을 녹여서 돌아오니 바닷물은 점점 짜질 수밖에 없다.

바다에 들어온 미네랄은 대부분 결정화되어 침전된다. 황산염(SO4)이나 탄산칼슘(CaCO3) 등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침전되거나 동물의 뼈나 패각 형성에 사용되지만, 염소(Cl)는 1억 년 정도, 나트륨(Na)은 6800만 년 동안 바닷물에 그대로 남는다. 바닷물에 염화나트륨(NaCl)이 많은 이유이다.

우리 선조들은 갯벌을 막아 바닷물을 채워 증발시켜 진한 소금물을 만들고, 이를 가마솥에서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이를 `자염`(煮鹽)이라고 했다. 지금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광물형태인 암염이 더 흔하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고기를 통해 염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농경생활이 시작되고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이 바뀌면서 염분을 따로 섭취해야 했다. 따라서 소금이 산출되는 해안, 염호나 암염이 있는 장소는 교역의 중심이 되고, 수렵민이나 농경민들은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모였다.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할슈타트(Hallstatt), 영어의 위치(-wich)가 붙은 드로이트위치(Droitwich), 낸트위치(Nantwich)) 등은 소금과 관련된 지명이다. 할스(hals)는 소금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소금 없이 신진대사를 유지할 수 없다. 불교가 국교인 고려시대에는 도축금지령으로 육식이 어려웠고, 조선시대에는 먹을 고기가 부족해서 고기를 통한 소금섭취가 어려웠다. 따라서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소금에 절인 `짠맛의 채소 절임` 식품이 발전되었다. 우리가 먹는 김치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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