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1:03 (일)
천원의 꿈- 문 인 선
천원의 꿈- 문 인 선
  • 문인선
  • 승인 2023.04.17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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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거리 산책을 나왔다

한길로 난 은행 옆 귀퉁이

붕어가 노릿노릿 익고 있었다

포켓에 손을 살짝 넣어본다

 

고개를 걔웃 거리며 "천원도 줘요?"

낮은 목소리, 채 "요"가 끝나기도 전에

아줌마는 흰 종이봉투에 붕어 두 마리를 넣어준다

 

얌전한 붕어

봉투 속에서 입을 뻐끔거릴 때마다

고소한 냄새

 

조금 더 걷는데 내 눈을 확 점령하는

당첨 두 번 점, 복권

 

이 붕어가 아니었다면

수억의 횡재를 누릴 수가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또 걷는데

 

- ! -

"목성을 찾아라"

헌책방 책 한 권이 나 앉아 외치고 있네

땅땅 땅

목성은 지구의 11배

나는 우주의 제일가는 땅, 아니 제일 큰 별의 주인이 되었을지도 몰라

 

죄없이 붕어는 미안한지 용을 쓰는지

고소한 냄새가 더 나고 있었다

 

사람들아

살기 힘들다고

고물가에 시달린다고 설워 마라

천원으로도 이렇게 할 것이 많은데

 

문인선

시인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고물가에 삶이 팍팍해 너도 나도 힘든 이때, 이렇게라도 한 번 웃어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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