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거리 산책을 나왔다
한길로 난 은행 옆 귀퉁이
붕어가 노릿노릿 익고 있었다
포켓에 손을 살짝 넣어본다
고개를 걔웃 거리며 "천원도 줘요?"
낮은 목소리, 채 "요"가 끝나기도 전에
아줌마는 흰 종이봉투에 붕어 두 마리를 넣어준다
얌전한 붕어
봉투 속에서 입을 뻐끔거릴 때마다
고소한 냄새
조금 더 걷는데 내 눈을 확 점령하는
당첨 두 번 점, 복권
아
이 붕어가 아니었다면
수억의 횡재를 누릴 수가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또 걷는데
- ! -
"목성을 찾아라"
헌책방 책 한 권이 나 앉아 외치고 있네
땅땅 땅
목성은 지구의 11배
나는 우주의 제일가는 땅, 아니 제일 큰 별의 주인이 되었을지도 몰라
죄없이 붕어는 미안한지 용을 쓰는지
고소한 냄새가 더 나고 있었다
사람들아
살기 힘들다고
고물가에 시달린다고 설워 마라
천원으로도 이렇게 할 것이 많은데
시인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고물가에 삶이 팍팍해 너도 나도 힘든 이때, 이렇게라도 한 번 웃어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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