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21 (금)
소귀에 경 읽기
소귀에 경 읽기
  • 이광수
  • 승인 2023.04.1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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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이 광 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소귀에 경(經) 읽기`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의 뜻풀이이다. 같은 의미로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우이송경(牛耳訟經: 소귀에 경 낭송하기), 대우탄금(對牛彈琴:소를 마주 보고 거문고 타기), 여풍과이(如風過耳: 바람같이 귀를 스쳐 지나감)가 있다. 위 다섯 가지 사자성어는 아무리 가르쳐 줘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무식자이거나 고집불통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이독경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옛날 글을 몰라 자기 이름 석자도 못 쓰는 까막눈 농부가 살았다. 그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매일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하늘 천은 어떻게 써요?` 하니 `아버지 왈 `하필이면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또 `그럼 검을현 누를황 따지는 요?` 하니 `그러니까 에… 그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아버지 체면에 말이 아니었다. 며칠 뒤 농부는 밭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서당 옆을 지나게 되었다. 아이들이 글 읽는 소리를 들어보니 자기도 못 할 게 없다 싶어 서당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훈장은 농부를 반기며 `참 기특한 생각을 했소. 내일이라도 당장 나오도록 하시오`라고 했다. 이 말에 농부는 그날 바로 서당에 입학했다. 그런데 훈장은 농부의 체면을 생각해서 한다는 말이 참 거시기 하다. `유학경전에 유명한 서서(대학중용논어맹자)가 있는데 자네는 나이도 있으니 어려워도 먼저 대학부터 배워보는 게 어떤가?`하고 물었다. 농부가 놀란 것은 불문가지다. 하늘 천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려운 경전을 어찌 배운단 말인가. 농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훈장은 경전에 나오는 말을 읊어 대었다. `옛 성인의 가르침은 먼저 덕을 밝힘에 있고, 백성과 친함에 있고…` 하는데 그때 갑자기 농부는 똥이 마렵고 오금이 저려왔다. 훈장이 하는 말은 뭔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서당에 갈 시간이 다가오자 벌써부터 똥이 마렵고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왕지사 배우기로 한 것 하루 만에 때려 치겠나 싶어 이를 꽉 다물고 다시 서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훈장의 말을 들으니 다시 다리에 쥐가 나고 머리가 멍해지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차라리 까막눈으로 사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한 농부는 곧바로 밭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래도 서당에 이틀 다닌 표 낸다고 그랬는지 소가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이렇게 소리쳤다. `어허 이놈, 유학의 경전을 읽어주어야 말을 듣겠냐?`고 하며 소를 나무랐다고 한다. 전해오는 우이독경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농부에 그 소가 아니겠는가. 훈장의 말귀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농부가 소에게 유학경전을 읽어 준들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을 빗대어 우이독경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확실한 출전은 없어 인터넷에 실린 글을 올린 것이다. 마이동풍, 대우탄금, 여풍과이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비슷한 내용들이라 생략한다.

요즘 MZ세대 공무원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인주의적이며 이해타산이 빠르다고 한다. 시민에 대한 무한봉사자(public servant)가 아닌 공공서비스 맨(public service man)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시민을 통제하는 직무특성 때문인지 선택된 자로서의 선민의식과 시혜주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얼마 전 본보를 통해 옥외광고물설치법 개정에 대한 문제점을 적시했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여야정치권과 지자체 및 지방의회의 건의에 의해 옥외광고물설치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이다. 그러나 정작 불법광고물단속에 앞장서야 할 시에서는 우이독경이다. 필자는 강풍 시 위험한 곳에 게시한 S-BRT공사알림플래카드(씨티세븐 건널목 양편)의 이전설치를 해당 부서에 건의했지만 요지부동 마이동풍이다. 공공영조물 파괴로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되면 해당 공무원은 직무 유기로 징계받고, 그 피해는 세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러니 현장 행정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창원시의 산적한 여러 미제현안들이 법정 다툼으로 까지 비화되면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누대 전직 시장들이 잘못 처리한 난제들을 새 시장이 모두 떠안아 머리가 지끈 그릴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공무원의 불성실한 대민자세에서 보듯이 당면현안들이 왜 지금까지 미결상태로 누적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만 하다. 공직자의 무사안일과 직무태만은 결국 시정 실패로 귀결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리더 혼자 힘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난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난망지사(難望之事)이다.

우이독경의 반대말은 거일반삼(擧一反三)으로 하나를 배우면 다른 것도 유추해서 안다는 뜻이다. 공직자가 민원을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여풍과이(如風過耳)하면 그 공기관은 살아 있는 조직이 아니다. 시민들 역시 시정을 방기(放棄)한 채 오불관언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가 판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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