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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교수, 지역대학 특성화 다시 생각한다
이범종 교수, 지역대학 특성화 다시 생각한다
  • 이범종
  • 승인 2023.04.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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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범 종  인제대 의생명화학과 교수
이 범 종 인제대 방사선화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에 교육이 포함되었고, 특히 고등교육의 개혁에 무게가 실렸다. 이것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지역대학의 존폐문제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학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를 떠나서, 물리적으로 지역의 종합대학은 기존의 모든 학과와 입학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대학 간 통폐합이 거론되고, 대학의 특성화가 요구된다.

정부나 대학이 이렇게 될 줄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사실 인구감소와 대학의 특성화는 하도 오래전부터 귀에 박히게 들어온 말이다. 놀랍게도 지금부터 약 50년 전인 1974년에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고등교육이 양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했지만, 획일적이고 특성이 없었던 대학들을 개혁하고자 했다. 지역의 명문 학부로 발전한 부산대 기계공학부, 경북대 전자공학부, 경상대 농생명과학부 등이 이 사업의 덕을 보았다. 그 후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특성화 자구노력 지원사업,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산업대 특성화 지원사업, NURI, CK, PRIME 등의 이름으로 특성화 관련 사업이 등장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대학 모형의 다양화와 특성화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있었던 졸업정원제, 대학설립 준칙주의, 대학 정원 자율화 등이 대학 특성화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실케 했다. 즉, 대학의 수와 학생정원이 지나치게 늘어났고, 재정 자립이 되지 않는 부실대학이 양산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역대학 위기를 미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당사자인 대학의 책임도 크다.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2021년 각 대학의 특성화학과 리스트를 보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어떤 대학교는 그 대학이 개설한 거의 모든 학과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3000명이 넘는 입학정원을 가진 대학이지만 10개 미만의 학과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한 곳도 있다. 이러한 모범적인 특성화 대학보다는 문제점이 드러난 곳이 더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필자가 속한 인제대도 그중의 하나이다. 인제대는 7개 단과대학의 17개 학과(부)가 특성화로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서 5개 학과(부)는 2024학년도에 모집 단위를 폐지하고, 내년엔 신설 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한 대학이 중점 육성하고자 했던 특성화학과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당시 대학 본부는 종합적 판단에 의한 PRIME 사업 유치의 유불리를 가리지 못했고, 불과 몇 년 뒤에 닥칠 입학자원의 감소를 간과했다. 대학의 정체성과 역량, 지역산업의 수요를 무시한 채 대형 사업의 유치에만 급급했다. 결국, PRIME 사업이 끝나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량의 입학생 미충원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제대는 힘겨운 시기를 거쳐 재도약을 힘차게 준비하고 있다.

이제 지역대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의 대학 지원을 지자체에 맡기는 라이즈(RISE) 사업과 혁신을 통해 30개의 지역 명문대학을 만들겠다는 글로컬30 사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은 이제 지자체와 한 몸이 돼 어떻게 대학과 지역사회를 함께 발전시킬 것인지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라이즈 사업만이 아니다. 글로컬30 사업의 경우도 해당 대학위원회가 선정한 예비 대학들은 본신청서 작성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대학의 특성화는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의 본부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공유하는 혁신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대학의 건학이념과 여건, 소통을 통한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가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특성화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의 특성화는 설정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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