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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소울 푸드 9가지 맛 김해 뒷고기
김해 소울 푸드 9가지 맛 김해 뒷고기
  • 김영복
  • 승인 2023.04.10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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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해 사람의 `소울푸드`인 김해 뒷고기는 돼지머리를 볼살, 두항정살, 관자살, 호두살, 밤살, 삼각살, 안중살, 설하살, 설중살로 불판 위에서 아홉 가지의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즉 구미일낙(九味一樂)의 요리가 김해 `뒷고기`다.

뒷고기 부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돼지머리 양옆에서 나오는 볼살, 이 볼살은 돼지 한 마리당 200g 정도 나오는데, 마치 소고기를 구워 놓은 것처럼 맛이 진하다. 관자살로 불리는 눈밑살은 돼지 한 마리당 약80g 정도 나온다. 뒷통이라 불리는 돼지머리 부분의 두항정살, 돼지 양 옆의 관자놀이인 호두살, 돼지코 안쪽의 삼각살, 볼살 뒤, 턱뼈 안 한가운데 있는 안중살, 이 안중살은 얇고 짙은 붉은빛 고기가 근막을 사이에 두고 켜켜이 붙어 있는 모양이 참치 뱃살 같다.

혀 뒤쪽과 목 위에 붙은 밤살, 혀 아래 붙은 근육 덩어리 설하살, 혀에서 질기고 냄새가 살짝 나는 껍질을 벗긴 설중살이 있다.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다른 맛이다. 뒷통(뒷목살)은 뒷맛이 고소하고, 턱살은 꼬들꼬들하며, 혀는 담백하며 타박타박하고, 밤살(혀 뒤쪽과 목 위에 붙은 살)은 부드럽고, 볼살은 탱탱하고 쫄깃하며, 콧등살은 약간 질긴 듯 식감이 탄탄하지만 가벼운 감칠맛이 나고, 항정살은 쫀득하다. 눈살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드러운 맛을 낸다.

뒷고기는 고기의 모양이나 두께, 비계와 살코기가 제각각이고 구울 때도 한 점씩 불판에 놓는 게 아니라 접시에 담은 고기를 한 번에 전부 불판에 올리므로 굽는 난이도가 꽤 있어야 하고 굽는 손놀림이 빨라야 한다. 뒷고기는 고기 한 점 한 점마다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구워지기 시작하면 열심히 뒤집어 줘야 안 탄다. 비계가 별로 없어 바짝 구우면 퍽퍽해지니 약간 덜 구워졌을 때 먹는 게 낫다.

김해 뒷고기는 냉동고기를 쓰지 않는다. 당일 잡은 고기를 적당히 숙성시켜 쓰기 때문에 한결 신선하고 맛이 있다.

김해의 뒷고기는 1980년대 김해시 주촌면(酒村面)에 있던 태광산업(현 부경양돈농협의 전신)에서 팔기가 애매한 자투리 부위들을 긁어모아 둔 걸 도축장 직원들이 뒤로 헐값에 인근 식당에 팔기 시작하면서 태생되었는데, 이 뒷고기는 김해 흥동의 한 할머니가 굵은소금을 뿌려 연탄불에 구워 팔기 시작하면 시작되었다.

1980년대 1인분에 천원 수준이었던 싸고 맛있는 뒷고기는 봉황동, 활천동 공단 등 김해 외곽에 40~50군데로 번성했고,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한 노점형태의 뒷고기집들은 1990년대 시내로 영역을 넓혀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 도축장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뒷고기를 빼돌리기 어렵게 됐다. 이때부터 뒷고기는 부산물이라 도축장에서 경매 없이 구입 가능한 돼지머리를 사용하게 됐다.

당시 도로무단 점유와 고기 굽는 냄새로 뒷고기 집들은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여 결국 단속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뒷고기 부활에 한몫을 한 것은 뒷고기를 구워 먹고 남은 고기로 해 먹는 볶음밥의 역할이 컷다.

볶음밥을 시키면 뒷고기집 주방에서 밥과 잘게 썬 김치, 김 가루를 넣고 볶은 다음 알루미늄 포일에 담아 불판에 올려준다. 볶음밥을 기름 안 바른 구운 김에 싸서 먹으면 한결 맛이 있다. 대부분 뒷고깃집에서는 식사로 볶음밥 말고 멸치로 우린 맑고 시원한 국물에 소면을 만 잔치국수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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