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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 꼭 필요
찬란한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 꼭 필요
  • 원종하
  • 승인 2023.04.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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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인구가 적은 중소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출퇴근 시 교통체증 없는 여유로움? 아니면 가고 싶은 곳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리함? 각자의 편익과 만족감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원할 때마다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밀양은 예로부터 영남에서 웅대한 곳으로 임산배수(臨山背水)의 지리적인 영향으로 교통이나 군사의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여기에 더하여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는 밀양의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남의 자랑이요 대한민국을 상징할 만한 유산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1888년 밀양을 방문한 프랑스인은 영남루를 살펴보고는 `조선의 뉘른베르크`(Nurnberg)와 같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문헌이 있다. 영남루의 빼어난 경관과 건축물을 보고 독일의 유명한 역사 관광지에 비유한 것이다. 밀양의 영남루는 조선 후기까지 객사로 통용되던 대표적인 건물로, 신라 때 창건된 영남사(嶺南寺)의 소루(小樓)에 기원을 두고 있다. 특히 누각의 경관이 빼어나서 고려 이후로 울산의 태화루, 김해의 연자루, 진주의 촉석루, 합천의 함벽루, 안동의 영호루 등과 함께 시문에 두루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로서 영남루의 명성은 중국의 등왕각이나 악양루, 평양 부벽루에 곧잘 비교되었고, 명나라 때에도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자료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건축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영남루는 원래 사찰의 부속건물로써 승람(僧藍)의 장소로 고려 말 개창 이후로는 왕의 명령으로 내려온 관리나 손님을 접대하는 객사로 기능하면서 휴식이나 창서 활동이 이루어진 장소였다. 그 결과 영남루는 문학작품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매개로 작용함으로써 고려 말부터 근세까지 영남루를 제재(題材)로 하여 수백 편의 시가 만들어졌고 또 다양한 글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특별히 영남루는 누각이 위치한 자연경관과 누각 자체의 심미적 구조, 누각과 관련된 인문적 요소 등의 측면에서 그 가치를 더 부여해 볼 수 있다.

특히 누관(樓觀)은 3원의 요소를 중시하는데 누각이 높은 언덕에 위치하여 멀리 볼 수 있는 고원(高遠)과 길게 흐르는 곳을 볼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한데 밀양의 남천강을 깊게 볼 수 있는 심원(深遠)과, 넓은 평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평원(平遠) 삼박자를 갖춘 공간으로서 그곳에 서면 확 트이면서도 시원함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적 배치를 하여 승경(勝景)을 감상하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확대는 우국애민(憂國愛民)의 충정(衷情)으로 승화되어 불의에 항거하며 양심을 지켜가려는 인간의 고뇌와 성찰이 담겨 있다 하겠다. 고려 말 개창 이후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과 신축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와 함께 변천 과정을 겪어 온 영남루가 이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밀양시 박일호 시장은 "영남루의 국보승격의 당위성을 전파하고 영남루가 가치에 맞는 격을 찾아야 한다"며 국보승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남루는 보물 제147호로 등록된 문화재이며, 650년 이상의 건축 기록을 가진 것으로 문화재적으로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나 그동안의 조사 평가에서 인정받은 건축물이다. 밀양시의 이러한 담대한 도전은 지난 2014년, 2017년 문화재청에 국보 신청에 이어 3번째 시도이다. 지난 3월 17일 문화재청의 현지실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밀양시민들의 염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민대표의 편지글 등 지역의 정서가 잘 전달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남루의 국보승격을 위해 그동안 밀양시와 시의회 시민 모두가 함께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펼쳐 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밀양시민의 오랜 염원인 영남루 국보 승격으로 밀양이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의 본거지로서 자리매김하는 대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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