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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긴 축구협회 승부조작 `기습사면`
상처만 남긴 축구협회 승부조작 `기습사면`
  • 박슬옹 기자
  • 승인 2023.04.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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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옹 경남매일 사회부 기자
박슬옹 경남매일 사회부 기자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승부 조작에 가담해 제명된 선수들을 사면한다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려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결국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던 전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이 모두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한국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앞두고 축구협회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ㆍ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한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사면 대상에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축구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축협은 온갖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축협이 그렇게까지 극심한 비판에 시달렸던 이유는 어떠한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이번 사면 결정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팬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포츠판에서 승부조작은 거의 무기징역에 가까운 범죄로 취급받고 있다. 대한축협은 그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스포츠인들을 용서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축협의 사면 사유가 밝혀지자 대중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축협에서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성과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추진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고생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한국 축구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 사람들에게 사면의 혜택을 주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사면 결정이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단순히 한 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승부조작과 관련된 첫 사면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승부조작에 가담해 걸리더라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이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축구협회는 이런 결정을 내렸던 걸까. 이번 사면은 현재 축구계에 몸담고있는 관계자들조차 추측할만한 상식적인 사유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미스테리한 결정이었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사면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명분을 만들고자 무더기로 사면하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아예 대한축구협회보다 더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렇게 논리적이지 못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는 이유는 축구협회가 제시한 사면 사유는 누가 봐도 핑계에 불과했고, 사면을 설득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면 철회 이후 축협 이사진들은 총사퇴를 결정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저 부정적인 상황에서 발뺌하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사진들이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 협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면 인물들이 모두 떠나기로 결정된 가운데, 이 부담스러운 자리에 새롭게 합류할 적임자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축협의 사면 결정은 한국 축구계에 큰 상처만 남긴 채 끝나게 됐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물론 철회가 되면서 당장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지만 이러한 사안이 논의됐고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 팬들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하다. 축구협회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잊지 않고 기억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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