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58 (토)
연어 이야기
연어 이야기
  • 김제홍
  • 승인 2023.04.05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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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조선왕조실록에는 생연어뿐만 아니라 말린 연어, 연어 젓갈, 연어알 젓갈도 언급되니, 연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식용 대상이었던 것 같다.

초기 연어화석은 8800만 년 전 미국 서부 지역의 백악기 중기 지층에서 발견되고, 태평양 언어와 홍연어 계열의 화석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있는 에오세 초기(5천만 년 전~4천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므로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진 물고기다.

어떤 노랫말처럼, 연어는 자기가 태어났던 강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올라가 알을 낳고 기력이 다해 죽는 그 과정이 무척 신비하다. 특히 힘차게 수면 밖으로 튀어 올라 폭포를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애잔함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살다가 성체가 되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상류에서 알을 낳는 회유성 어종이다. 이런 어류들을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어류라고 한다. 대부분의 연어는 산란을 끝내고 암수 모두 지쳐서 죽는다.

연어의 이 독특한 회유 습성으로 인해 생태계에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상어나 물개들의 먹이가 되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곰, 늑대, 흰머리 수리, 물수리 등의 먹이가 된다. 산란을 마치고 죽은 연어들도 다른 물고기나 갑각류뿐만 아니라 너구리, 여우, 독수리의 먹이가 된다.

연어는 바다에서 생활할 때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산란기가 될 때(5년 정도)까지 성장하면 외형이 크게 변한다. 공통적으로 몸이 붉어지고 주둥이가 길어지고 구부러지며 치아가 날카로워진다. 종에 따라서 등이 돌출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변화하는 이유는 산란하기 위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연어는 산란을 위해 민물로 진입하면서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을 차단하고 면역 억제를 시작하기 때문에, 반송장 상태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늘이 떨어지고 살이 썩는데도 여전히 움직이는데, 연어들의 이런 엽기적인 모습은 마치 좀비 떼의 행진에 비유된다.

연어 못지않은 인기를 가진 연어알은, 씹으면 톡 하고 터지면서 비릿하면서도 강한 감칠맛과 풍부한 향의 액체가 입안에 퍼진다. 붉은 색상을 띄므로 레드 캐비어라고도 부르는데 해외에서는 캐비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철갑상어알보다는 연어알을 가리킨다. 러시아어에서는 캐비어는 검은 생선알(초르나야 이크라, чёрная икра)이라 부르고, 연어알은 붉은 생선알(크라스나야 이크라, красная икра)이라고 부른다.

미국과 캐나다는 콜럼비아강에 연어가 돌아오게 하기 위해 무려 2000㎞가 넘는 강에 어도를 만들고 연어알 인공부화장과 배양장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1971년 수산자원보호령에서 하천의 통행을 막는 수리구조물을 설치하면 어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으며, 현재 전국의 강, 하천 등에 약 5000여 개의 어도가 설치되어 있다.

지난 3월 20일,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 주관으로 하동 화개천에서 연어와 은어 치어를 방류했다. 많은 연어들이 무사히 모천(母川)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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