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7:33 (토)
카리브해의 질곡 콜롬비아
카리브해의 질곡 콜롬비아
  • 김제홍
  • 승인 2023.03.29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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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수리남`(Narco-Saints)과 아주 유사한 드라마로서, 2015년 넷플릭스(Netflix)에서 방영한 `NARCOS`가 있다.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와 그의 왕국 메데인 카르텔, 그리고 그를 뒤쫓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사투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콜롬비아는 동쪽으로 태평양, 북쪽으로는 카리브해에 접하고 안데스 산맥고원의 비옥한 국토에다 천연자원까지 풍부한 나라이다. 인구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토 면적은 11배나 된다. 위도상 적도 부근이지만 표고 1200m~2300m, 기온 18℃~24℃에 달해 고품질의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는 데 이상적인 곳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콜롬비아는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의 재배가 쉬운 곳으로 세계 코카인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에스코바르는 쿠바와 플로리다 사이에 있는 섬나라 바하마(Bahamas)의 부속 섬 노만즈 케이(Norman`s Cay)를 통째로 산 후, 항구와 활주로를 깔고 소형 비행기나 잠수함으로 레이더를 피해 가며 매일 15t의 마약을 미국으로 수송했다. 에스코바르는 마약을 팔아 벌어온 돈 중 일부를 메데인의 사회 인프라와 복지 투자 외 빈민층을 위해 쓰고 그 덕에 1982년 콜롬비아 국회의원에도 당선되었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력으로 도망 다니다가, 콜롬비아 정부와 협상을 거쳐 자수를 하고, 자신이 지은 교도소에 스스로 수감됐다. 그 교도소의 면적은 40만 평이고 내부에는 정원, 수영장과 당구장, 볼링장, 나이트클럽, 바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국의 압박에 에스코바르는 탈옥을 한다. 이때부터 에스코바르는 자기를 체포하려는 관료나 경찰, 기자까지 마구 죽여 댔다. "Plata, o Plomo", `은 아니면 납`이라는 말로 자신을 저지하는 경찰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시장이나 경찰이 은(돈)을 선택하지 않으면 다음 날 그는 반드시 납(총알)을 받고 죽었다.

에스코바르가 특수부대원에게 사살당한 후, 콜롬비아 당국이 압수한 그의 재산은 비행기 142대, 헬기 20기, 요트 32척, 잠수함 2척, 주택과 사무실 141곳 등이다. 그의 재산은 300억 달러(33조)라고 알려졌는데, 쥐가 갉아 먹거나 운반 중 도난당하는 돈만 매년 21억 불, 현금다발 묶는 고무줄만 매달 25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세계를 멍들게 하는 마약은 크게 코카인(cocain)과 헤로인(heroin) 두 종류다. 코카인은 주로 콜롬비아산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되고, 양귀비를 재배해서 만드는 헤로인은 태국ㆍ미얀마ㆍ라오스 3국이 접하는 산악지대(The Golden Triangle),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의 3국의 접경지대(Golden Crescent)에서 주로 생산된다. CIA가 조사한 주요 마약루트를 보면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과 유럽이다.

NARCOS 방영 이후 에스코바르가 만든 감옥, 농장, 빌딩, 묘지 등 에스코바르의 흔적을 따라가는 `에스코바르 순례길`이라는 관광상품도 생겼다고 하는데, 천하의 악인도 죽고 나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건 인간의 어떤 심리 때문일까? 콜롬비아는 크고 비옥한 국토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악마의 유혹, 마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질곡의 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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