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07 (금)
산청 7매, 남사예담촌 매화 얘기 더 짙어진다
산청 7매, 남사예담촌 매화 얘기 더 짙어진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3.03.19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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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매화 품은 고택서 봄 향기
집집마다 향기ㆍ선비 자태 뽐내
5매 못 잊은 상춘객 잇단 발길
면우ㆍ기산매 합해 7매로 알려져
원정매
원정매

어느덧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19` 탓에 봄나들이가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듯 이곳저곳에서 상춘객 물결이다.

봄 정취가 짙어지는 이 시기에 매화 향기 그윽한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에서 지난 세월의 아픔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지난 2003년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남사예담촌은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옛 담 마을이란 의미와 함께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이 담겨 있다.

최씨매
최씨매

남사마을은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해 가문을 빛낸 학문의 고장으로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하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은 집집마다 오래 세월을 지켜온 매화나무가 자리한 덕에 봄을 맞는 계절이면 온 마을이 매화 향기로 그윽하다.

특히 하ㆍ박ㆍ이ㆍ최ㆍ정씨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각 매화나무는 남사예담촌을 대표하는 5매(梅)로 이들 문중의 선비 품성을 지니고 있다.

이씨매
이씨매

남사예담촌 5매(梅)는 `오매불망`(五梅不忘)으로 불리며 이곳을 한 번 찾은 이들은 이 다섯 매를 잊지 못해 다시 찾곤 한다.

또 이들 매화와 함께 면우 곽종석 선생과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리는 `면우매`와 `기산매`의 그윽한 향기를 더하며 남사예담촌 7매(梅)로 품격을 높이고 있다.

`산청 3매` 중 하나인 하씨 고가의 매화나무는 `원정매`(元正梅)로 불린다. 사직공파 하즙이 심은 것으로 `원정매`라는 이름은 그의 시호 원정에서 비롯됐다.

박씨매
박씨매

`원정매`는 `홍매화`로 수령 670여 년을 자랑했다. 원목은 지난 2007년 고사하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이사재(尼泗齋ㆍ경남문화재자료 제328호)의 매화나무 `박씨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때 박호원 농노 집에 유숙할 때 이 매화나무를 보고 위안을 삼았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후계목으로 가꾸고 있다.

이사재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홑처마 팔작지붕을 갖춘 전형적인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이다. 박씨 선조 송월당 박호원을 기리며 학문 연마의 강학 장소로도 사용됐던 곳이기도 하다.

정씨매
정씨매

남호정사의 매화나무 `이씨매`는 하얀 꽃이 피는 매화나무로 유명하다. `백매`(白梅)는 희고 맑은 꽃, 은은한 향기와 품격 있는 모습으로 선비 지조를 상징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씨 문중 서재인 남호정사에 심어진 `이씨매`는 유일한 `백매화`로 키가 커 기골이 장대한 장부를 닮았다.

최씨 고가 매화나무 `최씨매`는 최씨 고가 대문 옆에 있던 400여 년된 매화나무가 고사한 뒤 심은 후계목으로 매화꽃이 필 때면 매화향이 고각의 운치를 더한다.

면우매
면우매

최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117)는 1920년 지은 한옥으로 곳곳에 자리한 실용적인 구조가 선조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고가다.

선명당의 매화나무 `정씨매`는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운다. 최씨 고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문에 들어서면 담장 너머 보이는 `정씨매`의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림독립운동기념관 안에 심어진 `면우매`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독립 당위성을 주창한 유림 독립운동가 면우 곽종석 선생을 기리고자 마련했다.

기산매
기산매

곽종석 선생은 단성면 사월리 출신으로 남명 조식 선생 사상을 계승한 영남 유림의 영수다. 붓과 글로 국권 회복과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을사늑약 체결 반대 투쟁도 펼친 인물이다.

기산국악당의 `기산매`(岐山梅)는 근현대 국악운동 전개와 민족예술 발전을 위해 일생을 다한 기산 박헌봉 선생의 진정한 선비다운 삶을 기리고자 심어졌다.

한편, 예부터 `남명매`와 `정당매`는 `원정매`와 함께 `산청 3매`로 일컬어지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남명매`는 올해 수령 462년을 맞는다. 실천 유학의 대가 남명 조식 선생이 61세이던 명종 16년(1561년)에 직접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천재` 앞뜰은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와 해마다 봄이 오면 많은 매화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매`는 고려 말 대사헌과 정당문학을 지낸 통정공 강회백 선생이 어린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하던 중 심었다.

지난 1982년 경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정당매`는 수령이 640여 년된 노거수로 수세가 좋지 않아 2013년 가지 일부를 접목, 번식했다. 이후 2014년 완전 고사된 `정당매` 옆에 후계목을 식재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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