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50 (금)
지방 대학 바꾸는 리더의 발견
지방 대학 바꾸는 리더의 발견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3.08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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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변화 선순환 만드는 리더십
화사한 벚꽃 만개로 연결돼야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지친 삶에 남편과 바꿔 강아지를 선물하면 어떨까?` 단 한 번뿐인 삶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철학으로 무장해도 삶의 거죽은 쉽게 드러난다.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사는 삶에서 짐을 내려놓으면 진정한 자기가 실종된 삶의 몰골이 얼굴을 내민다. 강아지와 동행하는 길에서 더 풍성한 삶의 의미를 캐는 현대인들은 `삶의 개판`에서 근근히 삶을 유지하는 경우가 잦다.

삶에 치킨 수프 같은 게 대학이다. 정신세계를 넘어 영혼까지 두드리는 따뜻한 수프와 같아야 한다는 말이 어울린다. 대학은 젊은이의 삶에서 강아지보다 훨씬 나은 선물이다. 대학에서 길어 올리는 자양분은 삶을 충만한 세계로 이끌 수 있다. 아니 이끌어야 한다. 한 번뿐인 이 삶에서 대학은 우리 삶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

어떤 시선으로 삶을 바라봐야 하는지 가르치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은 심오하다. 대학에서 겨우 직장과 연결하는 줄 하나 잡았다고 결론 내려도 대학은 깊은 사유를 주는 거대한 터다. 이런 대학에 스산한 `벚꽃엔딩`이 울려 퍼진 지 오래다. 봄이 오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들려오는 벚꽃엔딩이 아니다.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 정문을 닫는다는 소리는 봄의 환희가 아닌 장송곡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이런 아름다운 가사에 `끝`을 부르는 애절한 마음을 담아야 하는 건 비극이다.

경남 대부분 대학이 올해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했다. 봄이 찾아왔듯이 대학 충원 미달도 다시 찾아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나았다고 한다. 일부 학교에서 모집 규모를 줄이고 학과 구조조정을 한 덕을 봤다. 해마다 신입생 충원율 미달은 벚꽃엔딩의 전주곡이다. 짧게는 몇 년 앞을, 길게는 십 년 앞에 닥쳐올 불행을 예견하지 못하면 불행을 그대로 안아도 할 말은 없다. 벚꽃엔딩은 실재다.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지방 대학의 불행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져온 주요 원인에 지정학적인 불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인서울 대학과 아웃사이드 대학의 태생적 나눔은 우리나라의 불행이다. 태어나 보니 서자였다는 조선시대의 울분이 그대로 세습된 형국이다. 공정한 게임 룰을 따르는 것조차 우스운 지방 대학의 현재의 모습에서 패색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절망의 계곡을 거니는 지방 대학은 머리 위에 떠 있는 희망의 햇살을 바라보고 설 힘조차 없다.

지방 대학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을 바깥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다. 지방 대학이 살아나기 위해, 벚꽃엔딩의 저주를 끊기 위해서는 변화를 만드는 폭풍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급격한 변화는 자체 동력으로 만들기 힘들다. 대학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 대학에 충만한 기운을 불어넣으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른다. 지방 대학은 그 도시의 얼굴이다. 좋은 대학은 좋은 도시를 만든다. 좋은 대학에서 나온 인재들이 그 도시의 미래를 만든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대학이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야기가 대학가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김해시는 미래로 팽창하는 도시이고,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도시다. 동북아 중심 도시로 서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이 넘쳐나야 한다. 그 반듯한 역할을 김해에서는 인제대학교가 해줘야 한다. 홍태용 시장이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라는 게 너무 반갑다. 원래 선의의 거짓말 같아도,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인제대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은 `용기 있게 세상에 도전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세상에 도전하는 단단한 발판을 만들어 주는 대학은 리더의 역할이 크다. 기득권에 눈을 박고 있는 리더는 세상에 순응할 뿐이다. 지금 인제대에는 바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는 바람이 진정한 대학 실존의 답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해 인재가 김해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만드는 일은 꿈같은 일이다. 지역 발전과 연계해 지역대학을 지원하고 경쟁력 있는 글로컬 대학을 육성하려면 대학과 김해시, 지역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역 주도 대학의 우수 모델로 인제대가 우뚝 서기를 바라는 김해시민이 많다. 지역 사랑에서 나온 소망이다. 인제대 변화의 선순환을 만들 리더십을 기대하는 마음은 화사한 벚꽃의 만개로 연결돼야 한다. 벚꽃엔딩이 리더십 부재에서 나오는 비극의 노래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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