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34 (금)
제주 4ㆍ3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역사 인식
제주 4ㆍ3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역사 인식
  • 오수진
  • 승인 2023.02.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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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오수진 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제주 4ㆍ3사건은 김일성 지시에 따른 것이란 태영호 의원 발언이 논란이 돼 이를 명확히 고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제주 4ㆍ3사건, 진상보고서`는 4ㆍ3사건은`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Daum 백과사전에도 남로당이 어지러운 사회상을 이용해 반란을 일으켜 군경ㆍ서북청년단은 반란을 진압하면서 수많은 양민(良民)이 희생된 사건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태영호 의원이 주장한 김일성 지시라는 고증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제주 4ㆍ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돼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혈육을 잃은 가족들은 수십 년간 폭도가족으로 몰리고 연좌제로 고통받았다. 4ㆍ3사건을 매년 추념하는 이유는 남로당과 한 묶음으로 취급돼 희생당한 많은 제주도민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4ㆍ3사건 추념사에서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은 폭동ㆍ반란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아직도 낡은 이념과 굴절된 눈으로 4ㆍ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21년도 추념사에서도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왔다`고도 했다. 모든 제주도민들이 분단 반대, 통일 정부 수립을 외치면서 공권력에 맞선 의로운 투쟁을 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분단 반대, 통일 정부 수립은 당시 남로당이 5ㆍ10 총선거를 무산시키고 적화통일을 위해 내건 정치구호이다. 이는 남로당의 주장이고, 북한이 6ㆍ25전쟁을 조국통일 전쟁이라는 주장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막으려 했던 남로당의 폭동을 `통일 정부 수립운동`으로 미화해 마치 제주도민 모두가 남로당과 뜻을 같이해 군경의 탄압을 받은 것처럼 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이념논쟁을 부추기고, 긴 세월 고통 받은 제주도민을 위로한 말이라 볼 수는 없다. 당시 군경(軍警)은 반란을 일으킨 남로당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는 현대사의 비극을 치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추모사 어디에서도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4ㆍ3사건의 남로당과 그 배후세력에 대한 책임은 거론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일까?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폭동ㆍ소요(騷擾)가 발생하면 진압하지 않는 국가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정리하면 문 전 대통령은 진압이 지나쳐 무고한 제주도민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여 사과하지 않았고, 4ㆍ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은 빗나간 역사 인식과 낡은 이념, 굴절된 시각으로 4ㆍ3을 보고 있다는 반증(反證)으로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4ㆍ3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제주도민을 위로(慰勞)하는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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