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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는 비상구에 `비움` 실천
생명 지키는 비상구에 `비움` 실천
  • 이민규
  • 승인 2023.02.07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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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김해서부소방 서장
이민규 김해서부소방 서장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 무엇을 채워갈 때가 아니라, 비워갈 때이다.` 나승빈 시인의 비움의 미학에 대한 시 중에 한 구절이다. 비단 시인의 아름다운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마음이나 또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은 비움에서부터 시작된다.이러한 비움의 미학은 사람과 집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듯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 또한 이 `비움`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비상구`라는 말은 항상 열어두는 문을 의미한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해 어디론가 대피해야 할 때 우리는 비상구를 찾는다. 어렵사리 찾은 비상구 앞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어 열 수 없거나 잠겨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당황하게 될 것인가.

오래된 사례이긴 하나 지난 2016년 2월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을때 일가족 3명이 경량 칸막이를 뚫고 대피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일가족이 화를 입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옆집 경량 칸막이 앞이 철제 선반으로 창고 역할을 하고 있었더라면 이 가족의 생명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듯 내 생명,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인 비상구는 언제 어디서든 항상 열 수 있어야 하고 안전하게 대피가 가능할 수 있도록 그 앞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비상구의 중요성은 아파트뿐 아니라 고층화, 대형화 되고 있는 일반 건축물에도 해당한다. 최근의 건축물은 건물 내부에 가연성 자재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화재 시 연소 속도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대피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급상황 시 비상구가 잠겨있거나 비상구 앞이 온갖 적재물로 가득 차 제대로 열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순식간에 비상구로 몰린 사람들이 그 앞에서 우왕좌왕하다 연기에 질식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소방서에서는 비상구가 적법하게 유지ㆍ관리되도록 지속해서 다중이용업 관계자에게 비상구의 관리 방법을 홍보하고, 동시에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비상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포상제는 비상구 폐쇄ㆍ훼손 등 위반행위에 대해 도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정한 포상을 함으로써 비상구 확보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확산시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비상구 신고포상제는 문화ㆍ집회시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판매시설, 운수시설, 숙박업소, 위락시설, 복합건축물(판매시설이나 숙박시설 포함), 다중이용업소 등에 소방시설 차단 및 비상구 폐쇄 등의 불법 행위를 목격한다면 사진ㆍ영상 등 증빙자료를 첨부해 관할 소방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ㆍ팩스 등으로 신고하면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상구 개방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비상구를 비워두는 일. 그것이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고 이제부터 안전을 위한 `비움`의 미학을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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