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27세로 하버드 대학 최연소 교수가 되고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센델의 책이다. 그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대표적 예로 새치기를 그 첫 번째로 들었다. 물론 재화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에게 재화를 분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합법적 새치기는 존재한다. 놀이동산의 프리미엄 매직패스처럼 누군가 기다리면서 소비한 시간을 돈으로 맞바꾸는 경우가 그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공정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용인한다.

선거는 한 사회가 그 조직을 구성하고 특정한 공식적 결정을 내리는 수단 중의 하나다. 투표가 자유로운 곳에서 선거는 사회 내의 권력관계에 관한 일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제도로 기능한다. 개인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희생해 정치적인 복종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서로가 동의한 방식인 만큼 구성원들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며， 이것은 선택의 자유가 보장될 때 가능해진다. 자유선거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 해석에서 선거의 기본 원칙으로 확인되고 있다.

오는 3월 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는 날이다. 조합장은 4년간 지역사회와 조합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인 만큼 선거는 지역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시장경제에서 인정되고 있는 새치기가 선거에 적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2005년 선관위가 수탁관리한 이후 과거보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제2회 조합장선거에서 금품선거 고발 건은 149건에 이를 정도로 새치기는 어렵지 않게 확인이 된다.

그 동안 우리 위원회의 깨끗한 선거 실현을 위한 노력과 위법행위 예방ㆍ단속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소규모성， 친밀한 연고 관계 등의 특성으로 인해 고질적인 금품 수수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다. 이는 시장경제에서 허용되는 어처구니 없는 새치기를 선거에 적용한 결과로 후보자와 조합원 간에 표를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자유선거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선거의 본질을 흔드는 중대선거범죄행위이다.

기부행위를 비롯한 매수행위는 위탁선거법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새치기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공간에서만 하고， 불법을 목격한 유권자는 즉시 선관위에 신고를 하여 이번 3회 조합장선거는 정직한 선거로 신뢰받는 조합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