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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과 애밀레종 이야기
고려장과 애밀레종 이야기
  • 이헌동
  • 승인 2023.01.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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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동<br>전 영운초등학교장<br>
이 헌 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실제로 고려시대 고려장 풍습이 있었고 신라시대 봉덕사종을 만들 때 아기를 넣어서 주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식민교육이 극복되지 못하고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한 이병도와 신석호의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 기로국(棄老國)에는 나이 든 노인을 버리는 나쁜 풍습이 있었다는 것이 나온다. 약 2500여 년 전의 부처님께서 언급한 기로국은 부처님 생존 시 보다 훨씬 전에 있었던 나라였다.

일제강점기에 기로국(棄老國)에 있었던 이 풍습을 고려시대의 고려장으로 조작했다. 고려시대에는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있는데도 봉양을 하지 않으면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하는 등 효를 매우 강조하였다. 이런 나라에 고려장 풍습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에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마치 사실인 양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1919년 미와다 다마키가 펴낸 <전설의 조선>과 1924년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동화집>에 수록되었다.

조상을 갖다 버리는 불효의 나라 후손들이 조센징인데 일본의 식민지가 된 덕분으로 근대화가 되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강조하여 교육하였다. 해방 후 1948년 식민사학자 이병도의 <조선사대관>에 고려장이 수록되고, 1960년대 김기영의 고려장이라는 영화를 통해 더욱 일반화되어 역사적인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해방 후에도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으로 고려장을 사실로 교육하였다. 필자도 어린 시절 그렇게 배웠다. 조선총독부 조선사 편수관을 역임한 식민사학자 신석호가 1965년까지 국사편찬위원회를 장악하여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에밀레종의 전설도 식민교육에 활용했다.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종을 만드는데 아기를 재물로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1941년 8월 31일 금속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하여 조선총독부령으로 금속회수령을 내린다. 이어서 1943년 1월 28일에는 법종진유헌납지시령도 내렸다. 그러나 실행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총독부는 당시의 경찰과 교육자에게 "조선의 사찰에 있는 종은 주조할 때에 애기를 넣고 만들어 애기 우는 소리가 난다. 이 종소리를 듣고 사는 조선인은 가난해지고 어리석어진다"는 말을 퍼트리라고 하였다. 그 증거로 봉덕사종이 애기를 넣고 만들어 "애밀래, 애밀래"하고 운다는 말도 퍼트렸다. 봉덕사 종이 너무 커서 주조에 실패를 거듭한 사실에 교묘하게 아기를 넣어서 주조하여 성공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봉덕사 종에 사람의 성분인 인이 있는가를 조사했지만 없었다. 신라시대의 역사 기록에도 없는 허구인데도 식민교육을 통해 사실인 것처럼 인식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고려장과 애밀레종 이야기가 사실처럼 인식되어 가치관 형성에 아직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식민교육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을 극복하여 바른 가치관 교육을 하는 것이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나오는 기로국(棄老國)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부처님께서 "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공경을 받는다. 나는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였다."고 말씀하셨다.

먼 옛날에 기로국(棄老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노인이 되면 갖다 버리는 법이 있었다. 그때 어떤 대신이 아버지가 늙어서 국법에 따라 갖다 버려야 하는데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땅을 파서 방을 만들어 모시고 효도로 섬겼다. 

그때 기로국에 어떤 천신(天神)이 와서 "내가 내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너의 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내었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모든 문제를 대신이 해결하였다.

천신은 기뻐하면서 왕에게 진기한 재보들을 주면서 "나는 너의 나라를 옹호하여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하였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대신에게 "그대의 지혜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편안하게 되었고 많은 보물을 얻었으며, 또 천신이 보호한다 하였다. 이것은 모두 그대의 힘이다."고 하였다.

대신이 아뢰었다. "신에게는 늙은 아비가 있는데, 차마 버릴 수가 없어 국법을 무릅쓰고 땅속에 은신해 두었습니다. 신이 와서 대답한 것은 모두 아버지의 지혜요, 신의 힘이 아닙니다. 원컨대 온 나라에 명령하여 노인을 버리지 말게 하옵소서."
왕은 크게 칭찬하고 기뻐하면서 그 대신의 아버지를 봉양하고 받들어 스승으로 삼았다. 그리고 영을 내려 노인 버리는 일을 금지하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스승을 공경하지 않으면 큰 벌을 내리리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자신의 전생을 언급하였다. "비구들이여, 그때의 그 대신의 아버지는 바로 나요, 그 대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왕은 저 아사세왕이요, 천신은 바로 저 아남이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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