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00 (금)
신문 제목 한 줄에 역사가 담겼다
신문 제목 한 줄에 역사가 담겼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2.12.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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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br>
류한열 편집국장

신문 지면에는 편집의 마술이 숨어 있다. 독자는 기획기사를 읽으면서 편집의 손길에 따라 공감의 도를 더 높일 수 있다. 편집기자는 기획기사를 손에 들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까를 고심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사실을 직시하고 바로 전달하면 되지만 기획기사는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제목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제목을 올려놓으면 되지만, 기획기사는 함축적인 의미와 언어적 유희까지 곁들여 독자들에게 어필한다.

지역신문에서 편집기자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다. 시간에 매이기도 하고 역량의 부족일 수도 있다. 편집기자가 기획기사를 재탄생시킨다는 사명감이 돈독하면 지면은 살아서 꿈틀댈 수 있다. 기획기사나 특집기사는 편집기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확연히 지면이 살고 죽고 한다.
편집은 신문의 위대한 탄생을 부른다. 다른 미디어 매체가 줄 수 없는 지면의 미적 아름다움을 통해 기사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제목 한 줄에서 수많은 의미를 단번에 묶어내는 함축의 미를 또한 잡을 수 있다. 신문에 기획기사를 올리는 동안에는 편집은 더 나은 지면을 꿈꾼다. 분명 편집은 신문의 재탄생을 이끄는 마술사다.

기획기사의 헤드라인은 독자가 고정제목을 본 후 처음으로 눈길이 가는 간판이다. 고정제목에서 무슨 종류의 기획기사인지를 알려 준 후 헤드라인에서 전해 주고 싶은 중요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기사의 내용을 바로 직시해서 스트레이트형 헤드라인을 달면 쉽게 내용을 알 수 있지만 뒷맛이 없다. 기사의 내용을 에둘러서 표현하면 직접 말할 때보다 보호할 수 있지만 여운이 오래간다. 서로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다.

헤드라인도 유행을 탄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2013년 하반기에 한창 뜰 때 신문 제목에 `응답하라`가 대세였다. `지방정부는 응답하라`, `응답 없는 메아리`, `이제는 회사 측이 응답할 차례` 등등 `응답`을 단 제목이 눈에 팍팍 띄었다. 2014년 6ㆍ4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자주 신문을 장식한 제목은 `굳히기냐 뒤집기냐`였다. 여러 신문에서 지방선거일을 앞두고 여야 후보 어느 쪽도 우세를 점칠 수 없을 때 편하게 쓸 수 있는 제목을 썼다.

신문 제목이 유행을 타기도 하고, 큰 사건ㆍ사고를 두고 비슷한 제목이 나올 개연성은 높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를 두고 많은 신문사가 `굳히기 뒤집기`를 지면에 걸었다는 것은 재미있다.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후보자 간 지지율을 보이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앞선 후보가 굳히기를 시도하면 뒤처진 후보는 뒤집기를 하지 않으면 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목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엎치락뒤치락`, `안갯속` 등이 있다. 표심의 향방이 가물가물할 때 이런 단어가 쓰인다.

신문 제목이 현재 역사의 한 줄이라고 말하면 너무 앞섰다고 타박할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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