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Republic of Yemen)은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있는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 중 하나이고， 중동의 구전문학인 천일야화(Arabian Nights)의 주요 배경지 중 하나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시바의 여왕(Queen of Sheba)이 다스렸다는 왕국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의 길목에 있어 예로부터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모카(Mocha)는 예멘의 홍해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국제적인 커피 무역의 중심지였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6세기경부터 예멘에서 본격적으로 커피가 수확되어 모카항을 통해서 각국으로 전해진 덕분이다. 모카항이 예멘 커피 무역의 중심지다 보니 사람들은 예멘 커피를 `모카 커피(cafe mocha)`라고 불렀는데， 특유의 초콜릿 향으로 유명하다. 

예멘의 커피는 소규모 단위로 비료도 없이 키운다. 수확 후 물을 사용해 씻지 않고 바람으로 과육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말리는 `내추럴 프로세스(Natural Process)`를 거치기 때문에 원두 크기도， 로스팅 후 색상도 불규칙하지만， 덕분에 예멘 커피는 `유기농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다. 예멘 커피원두는 강하게 볶을수록 시고 달달한 과일향이 풍부한 식감을 가진 `모카 마타리(Mocha Mattari)`， 신맛과 과일향을 지녔지만 더 부드러운 `모카 히라지(Mocha Hirazi)`， 초콜릿 향과 레드와인의 여운이 부드럽게 남는 `모카 사나니(Mocha Sanani)`가 유명하다. 이 중 모카 마타리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Jamaica Blue Mountain No.1)과 하와이안 코나(Hawaiian Kone Extra Fancy)와 더불어 세계 3대 프리미엄 커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모카 마타리는 네덜란드 화가 고흐가 좋아했더 커피였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최근 작고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랑하던 커피였고， 하와이안 코나는 미국 작가 마크트웨인이 찬사를 보낸 커피라고 한다. 그러나 초코릿 향 모카 커피를 마시며 역사와 문화를 논하기에는 예멘의 근현대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가슴아프다. 

1517년 이후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던 예멘은 1839년 천혜의 무역항인 아덴(Aden)을 노린 영국이 남예멘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예멘이 분단되었다. 1918년 오스만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자 북예멘이 먼저 독립하였으며， 1962년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자본주의 국가가 수립되었다. 반면 1967년 소련의 지원 하에서 독립한 남예멘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남북으로 갈라졌던 예멘이 1990년 5월 22일 합의통일을 해냈다. 그러나 통일 후 인구가 많은 북예멘 쪽으로 권력이 쏠리면서 남예멘 쪽의 불만이 누적됐고，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졌던 남예멘 지역의 빈곤문제도 심각했기에 통일 4년 만에 내전을 겪었다. 종교 갈등도 심각하다. 시아파 무장 단체 후티가 반란을 일으켜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예멘 정부는 수니파 아랍국가의 도움으로 아덴 등 남부 지역을 수복했다. 또 옛 남예멘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이 `남부 예멘 자치정부 설립`을 내세우고， 정부군은 `반군 퇴치 후 중앙정부 수립`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다. 

이웃나라들도 개입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정부군을，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이슬람국가(IS) 세력까지 가담해 마치 아마겟돈이 온 것 같다. 1인당 국민소득 670달러(2020년)의 최빈국 예멘을 위해， 아침에 한 번쯤 커피잔을 들고 나지막이 읊조려보자. "예멘과 모카에 평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