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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군과 패수<浿水>는 어디에 있었을까
낙랑군과 패수<浿水>는 어디에 있었을까
  • 이헌동
  • 승인 2022.12.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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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동<br>전 영운초등학교장<br>
이 헌 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식민사학 유풍의 강단사학을 비판하면 "재야에서 식민사관의 산물인 것처럼 비판하는 `낙랑군 평양설`이나 `패수 대동강설`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주장한 것이다"라고 항변한다. 또 "`낙랑군 평양설`을 주장한 정약용을 비롯한 유학자들도 식민사관 추종자인가?" 반문한다.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시대 `낙랑군 평양설`을 주장한 유학자들은 단군을 신화가 아닌 역사의 인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식민사학 유풍의 강단사학자들은 일제 식민사학자들과 같이 단군을 신화의 인물로 인식한다. 그래서 단군에 대한 인식이 일제 식민사학자들과 같은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관 추종자로 평가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단군을 신화가 아닌 역사의 인물로 인식한 것은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역사교과서를 보면 알 수 있다. 필자가 경남매일신문에 2022년 8월 19일 자로 쓴 <단군은 역사의 인물인가>와 8월 26일 자로 쓴 <단군의 부인은 누구인가>에 자세히 나와 있다. 

패수(浿水)가 어느 하천인가를 알면 고조선과 낙랑군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패수와 관련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료는 위만조선이 멸망할 당시에 생존해 있었던 사마천의 <사기(史記)>다. 사마천의 <사기>에 위만은 패수를 건너서 고조선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한나라에서 패수를 지나서 고조선으로 갔다는 것은 패수의 위치가 고조선보다 앞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양의 시가지는 대동강 북쪽에 있다. 패수가 대동강이라면 대동강 남쪽에서 강을 건너야 시가지가 있는 평양 북쪽에 닿을 수 있다. 한나라가 대동강 남쪽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패수 대동강설`은 가설로도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평양은 기자조선의 도읍지이고 패수는 대동강이라는 주장을 한 것은 기자가 평양에 왔다는 기자동래설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기자성, 기자묘, 기자제사 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고려시대의 역사인식을 계승한 사대모화 소중화사관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다. 기자동래설을 지지하는 강단사학자도 없고 북한 역사학계의 검증으로 기자동래설은 허구로 드러났다.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기자동래설을 역사 사실로 인식하여 역사서술을 하였다. 허구의 역사 사실을 근거로 한 역사서술이 맞을 리가 없다. 그래서 조선시대 초기에 우세하던 `낙랑군 평양설`과 `패수 대동강설`은 고증과정에서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조선 중기 홍여하 등이 요동설을 제기하게 된다.

조선 후기인 영조대에 <동국문헌비고>의 간행을 계기로 홍여하의 요하설, 신경준과 김정호의 어니하설, 박지원과 김경선의 난수설, 성해웅의 소요수설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치밀한 분석과 다각적인 접근을 통하여 현실적이고 호소력 있는 주장이 개진되었다. 박지원은 사신으로 중국을 가보고 봉황성이 평양이었고 요동에도 평양이 있었다면서 조선의 유학자들이 지리에 밝지 못하여 한사군의 땅을 전부 압록강 안쪽으로 몰아놓고 억지로 짜 맞추면서 고조선의 옛땅을 자진해서 줄이고 있는 것을 한탄했다. 김경선은 한나라의 낙랑군 치소는 지금의 평양이 아니라 요양의 평양이라고 하였다.

소중화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패수 대동강설`은 소수파 의견으로 전락하고 `패수 요동설`이 조선 정부의 역사인식으로 자리 잡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고조선의 강역이 한반도를 넘어서 만주지역까지 확대가 되고 이런 기조가 대한제국까지 이어졌다. 

학술적 생명력이 다해가던 `낙랑군 평양설`과 `패수 대동강설`은 일제의 식민통치와 역사 왜곡에 악용되어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 의하여 정설로 인정되어 교육되었다. 이런 식민사관의 논리가 해방 후에도 한국사학계의 주류가 되어 교육됨으로서 역사적 실체를 호도하는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 

중국어를 잘 알아야 중국의 기록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역사적 사실로 잘 구성하여 역사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중국어에 대한 이해와 천착이 출중한 문성재 박사가 사료(史料)와 지형학, 수문학, 해양학 등을 활용하여 낙랑군과 패수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쉽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한국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왜곡>이다. 

문 박사는 정인보 선생의 <조선사연구>를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 책으로 대한민국학술원 `2014년 우수학술도서`(한국학 부문 1위), <루쉰의 사람들>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년 세종도서`(교양 부문),  <한국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왜곡>이 롯데장학재단의 `2019년도 롯데출판문화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좋은 책은 마음의 양식이 되어 바른 가치관과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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