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2:39 (토)
지방자치와 지역신문이 가는 길
지방자치와 지역신문이 가는 길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2.12.0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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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
신문의 보도 기능 무능 큰 문제
류한열 편집국장<br>
류한열 편집국장

지방자치를 한 지 거의 30년이 됐다. 중앙정부는 살아있는데 지방정부는 여전히 생명력이 별로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방정부가 아직도 꼬락서니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명줄을 쥐고 있어 그럴 수 있고, 아니면 자치단체장들이 폼만 내고 뻐기는 데만 몰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아니면 유권자들이 후보 검증 없이 자기 사람을 뽑는 데만 치중해 진짜 일꾼을 내세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난 6ㆍ1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남 기초단체장은 3명이다. 경남 18개 시ㆍ군 중 절반인 9개 시군단체장이 수사 대상에 올라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6명은 증거불충분 등으로 불기소됐다. 아직 경남뿐 아니라 전국 지방선거에서 선거 과정의 난맥상이 시ㆍ군 자치의 길을 무너뜨리는 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구실을 못하는 이유는 지역 언론의 무능에서 답을 찾는 게 더 이성적일 수도 있다. 지역 언론, 특히, 지역신문이 숨만 꼴딱꼴딱 쉬고 있지,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선거가 열리면 지역신문은 `대목`을 맞는다. 큰 판이 서면 지역신문은 차분히 자기 일을 하면서 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잘 알려 바른 선택을 도와야 한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심층 분석해서 후보자 선택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수차례 하고도 지역신문의 역할은 여전히 젬병 수준이다.

초선 단체장들은 재선을 목표로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엄청나게 퍼붓고 대규모 사업과 경영수익 사업, 민자 유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곳간의 바닥이 드러나도록 한다. 이게 다 지역신문이 감시를 잘 못하고 후보자들과 `탱고` 추는 데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자치단체와 가까우면 좋을 것이 없는데, 실제로 필요 없이 밀착해 있어 예리한 필봉을 휘둘러야 할 때 조용히 손을 놓아 버린다. 자치단체장도 지역신문의 아킬레스건을 알기 때문에 당근을 요리조리 갖다 대며 지역신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무슨 턱없는 소리라고 항변해도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이렇게 비친다.

지방자치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이 곳곳에서 솟아나지만 뚜렷한 대안은 허공에서 맴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는 앞길에는 숱한 난관이 가로막고 있다.

온전한 지방자치를 향하는 길에는 지역분권이 더 명확해져야 하고 지방재정 강화 등 넘어서야 할 걸림돌이 많아. 걸림돌의 하나 하나 밀어내는데는 지역언론의 힘을 써야 한다. 스폰서가 재갈 물린 입을 더 벌리지 않으면 지방자치의 온전한 모습을 언제쯤 보게 될 지 요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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