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0:32 (토)
가을은 말 꾸미는 찻자리
가을은 말 꾸미는 찻자리
  • 김기원
  • 승인 2022.11.15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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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br>
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다. 매사 일이 시작되기 전 먼저 곡차를 한 잔 마셔야 한다. 일꾼들은 삶 소리가 나고 야단법석하는 나그네도 가을 차를 마셔야 선비 흉내로 자숙한다. 굿쟁이도 신바람을 일으키는 가을은 무조건 여유롭다. 요즘 농촌은 농부 대신 기계농부가 농사를 짓는다. 그래서 가을 농사일은 기계가 다하니까 주인은 들에 찻자리를 먼저 잡는 일이 우선이다. 농사보다 자기를 소개하는 찻자리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말없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농기계는 다른 말소리로 메우고, 차실의 거문고는 말을 창조하며 마음속의 음율은 그리스 신화에 최고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그의 아버지 아폴론에게 선물로 받은 하프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의 대명사이다. 오르페우스가 사랑했던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고 그 슬픔으로 방황하며 맞는 가을 날, 말 못하는 가슴을 앓다가 커피 30잔, 홍차 30잔, 찻물 30잔을 마시고 숨졌을 때, 그의 마지막 말소리로 표현한 음악에 감동한 제우스신이 이 하프를 하늘에 올려 별들의 찻자리를 만들었다는 설화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며 소리로 전하여 차시 한수로 대접한다 .

내 삶이 황혼 되기 전 
조용히 가슴을 떨어뜨리고 
돌아가는 길을 읽는다. 

손짓하며 마시는 작설차
새겨둔 이름을 기억한다.

갈증이 따라서 와도 
산들 그림자는 말없이
차밭 길을 묻어

바람 소리의 될까만
찻잔을 잡고 머뭇거려
어디로 갈지 몰라 하네

하늘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별들의 찻자리이지만 아름다운 은하수 빛을 간직하고 있어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말로 주고받아 왔던 별자리다. 차실에 찾아온 헤라클레스가 괴물 뱀 히드라와 논쟁이 일어날 때 차 한 잔의 힘으로 승패를 결정했고, 헤라 여신이 얻어 마신 차의 은혜를 감당 못하여 말없이 달빛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달빛은 그만 헤라클레스를 잃었다. 헤라 여신은 없어진 달빛을 사랑하여 하늘나라에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별들의 찻자리를 만나게 하였다. 가을 하늘 은하수는 좀 더 많은 별들 찻자리를 만들어 쉽게 찾아 말하기를 좋아하는 놀이를 할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괴물 고래는 말을 못하지만 불장난을 잘 쳐서 바다의 찻자리를 열었다. 공주 안드로메다를 해치기 직전 페르세우스가 조각 돌로 변하여 찻자리를 폈다. 가을철 `페가수스 사각형`이 머리 위에 보일 무렵 남동쪽 하늘에 말없이 생각하는 사색의 찻물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오래였다.

차를 잘 끓이는데 말로 잘 꾸민다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입맛에 차가 위안을 던져줄 수 있는 첫맛이라야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지혜의 찻자리를 늘어놓아 마음이 가라앉는 찻자리는 차 한잔을 마시는데 말이 필요 없다. 사람을 상칭하면서 가져야 할 것은 정직한 마음, 신의를 지키는 말,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의 자세가 찻자리 정신이다. 우리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면서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말은 또 다른 말을 낳듯이 새로운 말씨가 되는 것 없는지 가을의 편안한 찻자리에서 행복한 여유의 말을 낳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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