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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을 내다보자 29
나라 밖을 내다보자 29
  • 박정기
  • 승인 2022.11.07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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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br>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실패를 거듭한 장제스는 전열을 다시 갖추고 70만 명을 동원해 제5차 토공전을 펼친다. 1934년 10월, 루이진의 소비에트 해방구 공격이다. 제5차 공격에서 장제스는 비로소 승리한다. 그러나 이때 마오는 지병으로 실병 지휘를 못 했다. 대신 리리싼, 장궈타오와 볼셰비키 요원 28명이 대신했다.

장제스는 독일 군사 고문 폰 젝트를 참모로 기용하여 전과 다르게 진지를 하나씩 점령했다. 점령한 진지를 거점으로 삼아 점진적으로 포위망을 압축했다. 그리고 최후거점을 공략하는 지구전을 택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게릴라전이 힘을 못 쓴 이유가 치고 빠질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홍군은 전멸의 위기를 맞아 겨우 탈출해 대장정의 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장제스와 마오쩌둥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지도자의 중요한 덕성으로 나는 균형감각을 친다. 균형감은 중심이 무언가, 어딘가를 안다는 말이다. 중심은 좌우, 앞뒤를 알아야 중심이 어딘지 안다. 중심을 모르면 한편으로 기운다. 고집을 너무 부리거나, 과욕하거나, 겉만 알고 속을 모르거나 기울면 사달난다.

마오는 인간의 양면을 다 보고 있었다. 인간의 어두운 면-게으르고, 부패하고. 그러니까 `기율팔항`을 공포하고 무섭게 실행했다. 장은 부패를 못 보았거나, 못 본 체했다. 중심을 잃었다. 곧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루이진에서도 군인도 아닌 마오쩌둥한테 장제스가 번번이 패한 것도 균형감각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서를 탐독한 장(蔣)은 선(善)만 보았을 것이다. 기울었다. 사서에 심취한 마오는 인간의 선악을 다 보았다. 균형을 잡았다. 천하는 마오쩌둥의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옌안에 자리를 잡은 홍군은 이제 산시성 일대의 강자 장쉐량과 싸우게 되었다. 장쉐량은 동북군의 지휘관으로 국공내전의 부사령관을 겸하고 있었다.

사실 장쉐량은 홍군과의 싸움보다 일본군에 대한 적개심이 더 컸다. 만주라는 고향도 일본군에게 뺏기고 아버지까지 그들 손에 죽었다. 홍군에 앞서 일본군부터 무찌르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장제스의 선 통일, 후 저항(일본에 대한)이라는 방침도 마음에 안 들었다. 

1963년 초, 장쉐량은 홍군과 비밀리에 접촉한다. 서로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고 일본과 싸우기 위해 통일전선을 펴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비밀합의는 물론 장제스 모르게 진행하였다.

12월 7일, 장제스는 공산군 토벌을 독려하기 위해 시안으로 날아가 동북군 지휘관들을 독려하였다. 일본군에 앞서 홍군부터 섬멸해야 한다고, 그러나 현지 지휘관들은 반대했다. 대(對)일본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소련과 동맹하여 내전부터 종식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하였다.

장 총통은 의외의 사태에 놀랐다. `이상하다, 나한테 정면으로 덤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차! 이놈들이 그동안 공산당에 설득당했구나.`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장쉐량을 교체하는 동시에 항일을 주장하는 장교단까지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장쉐량이 한발 빨랐다. 위험을 감지한 장쉐량은 선수를 쳤다. 12월 12일, 반란을 일으켰다. 새벽 6시에 시안시를 완전 장악하고, 장 총통 참도들을 모조리 체포했다. 교외 온천휴양지 린통에 머물고 있던 장 총통은 잠옷 바람으로 도망치다 야산에서 체포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반란에 참여한 동북군과 서북군은 내전을 즉각 중단하는 동시 항일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8개 조항을 장 총통에게 강요하고, 이의 승인을 요구했다. 소위 병간이다. 장제스는 끝내 승인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두로만 약속한다. "그래, 일본과 먼저 싸우자"라고. 끝내 서명은 안 했다. 서명하지 않은 장제스를 놓아준 반군이나, 약속을 지킨 장제스가 멋있다. 대륙 기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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