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34 (금)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 도명스님
  • 승인 2022.10.24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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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br>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국가 간의 무력 충돌을 전쟁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쟁이란 용어가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 간의 경제적 갈등이나 경쟁이 있을 때 경제전쟁이란 말을 하고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이 있을 때는 문화전쟁이라고 한다. 또한 스포츠 경기가 격렬해지는 것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과열된 축구 경기로 인해 실제의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다,
또 하나의 전쟁은 역사전쟁이다. 이 전쟁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왜곡하거나 아예 지워버리는 행위들이다. 자국은 높이고 상대국은 추락시키는 것이 역사전쟁의 핵심이다. 역사에서 회자되는 명언 중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란 과거의 일이지만 그것은 현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그래서 역사의 중요성과 효용 가치를 아는 양심 없는 국가는 역사 권력과 해석권을 독점해 자국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역사를 잘못 활용한다. 
그러한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가까운 우리의 이웃들이 그런 부류란 점이다. 최근 중국국가박물관에서 `동방의 상스러운 금속(東方吉金) 한ㆍ중ㆍ일 고대청동기전`을 열었는데 우리나라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빼버렸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우리 역사를 난도질해 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상한 태도이다. 50여 일이나 늦게 그것도 외부에서 문제가 일어나니까 그제서야 항의를 한다면서 호들갑을 떤 것은 그만두고라도, 수상한 점은 박물관 측이 전시 전 중국에 번역과 자료의 편집 권한까지 맡긴 점이다. 이는 아예 역사 왜곡을 우리 측이 방관한 것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한편 또 하나의 문제를 일으키는 이웃은 일본이다. 지난 10월 4일부터 일본 지바현 사쿠라시의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서 `가야-고대 동아시아를 살았던 어느 왕국의 역사`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는 한ㆍ일 공동기획 전시회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가야가 서기 42년이 아닌 3세기가 되어서야 국가가 생긴 것처럼 연표를 왜곡해 전시하고 있다. 

고대 동아시아를 살았던 어느 왕국의 역사라는 주제를 달아 놓고선 각론으로 들어가면 왕국을 건국한 건국자도 없다. 그리고 건국 초기의 가락국을 빼고 후대의 역사인 금관가야를 왜 가야의 대표로 내세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최근 민족사학계와 가락종친회는 건국자 김수로왕과 가야건국을 뺀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 연표 `서기 42년 가야성립`에 문제를 제기했다. 호된 질타를 받은 박물관은 `서기 42년 김수로왕 가야건국`으로 연표를 수정했다. 이 일이 일어난 지가 불과 얼마 전이거늘 그새 또 망각하였단 말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속된 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역사를 과장하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만 기록하라는데도 못하는가. 아니면 안 하는가. 한두 번 정도의 일이라면 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반복적인 일이라면 근본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요즘 "스님이 왜 자꾸 역사에 관여하십니까?"라는 물음을 종종 받곤 한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역사는 우리 것이고 국민 모두가 역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진리 탐구와 수행도 성직자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역사도 역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들이 잘못 가고 있을 때는 국민이 정의의 푯대 역할을 해야 한다. 소납은 사학계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 준다면 즐거이 박수치며 응원할 것이다.

요즘 전 세계가 전쟁으로 흉흉하다. 전쟁은 예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종 발생한다. 과거 미국과 영국 사이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원인은 흔히 `보스턴 차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스턴 차사건은 두 나라 간의 전쟁을 촉발시킨 방아쇠이지 본질은 그 이전부터 지속되었던 심각한 외교적ㆍ역사적 갈등이었다. 두 나라 간의 쌓이고 쌓인 내부적 감정과 문제들이 임계점에 이르자 보스턴 차사건이란 외부적 문제로 분출된 것일 뿐이다.

동북아시아는 지금 역사 전쟁 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국가적 지원하에 전 방위적으로 역사 침탈을 해오지만 우리는 극소수의 의식 있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를 뺏기면 나라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국민은 의지할 근본을 잃게 되어 끝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과거를 지배당하는 자 결국 미래를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지킨다는 것, 곧 미래를 지키는 대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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