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작업실이란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하는 모호한 장소이자 작가의 정체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업실은 작업에 대한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에 이들은 거점을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에 현실에서 벗어나 작가 자신만의 이상적 공간을 체험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 `레지던스`가 많이 활용된다. 레지던스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동안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레지던시, 창작스튜디오, 예술촌 등 다양하게 불린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여 기간의 동안 예술 레지던스에서 신진작가들은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예술시장 진입의 기회를, 중견작가들에게는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며 더 나아가 지역주민과의 유대관계를 확보할 수도 있다. 즉 레지던스는 작가에게 예술적 실험의 장소이자 네트워킹의 공간이며 일반인에게는 작가의 작업 장면을 직접 목도하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감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 셈이다. 예술가들의 거주와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돕는 레지던스는 전국에 120곳 이상의 레지던시가 운영되고 있는데, 문화도시 김해에서도 현재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김해 봉황동 봉리단길 뒤편 옛 섬유공장에서 청년 작가들의 놀이터를 자처하며 생겨난 `레트로 봉황`은 현대사회서 자신의 개성을 찾는다는 의미의 `레트로(retro)`와 봉황동이라는 장소적 명칭과 함께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지고 다시 떠오른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새 `봉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레트로봉황은 설립 이후 청년과 지역문화에 집중했다. 부산의 레트로덕천과 함께한 기획교류전, 지난 2019년부터는 청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운영에 도전해 지난 16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숙박 후기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타이틀로 레지던시 4기 입주작가 6명의 결과보고전을 진행하는 등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레지던스로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구도심에 예술가 레지던스를 통해 도시재생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9월 김해시 무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 일환으로 문을 연 `웰컴레지던시`는 주민과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문화적 가치 형성ㆍ지역재생을 기반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곳은 `무계`를 바탕으로 회화ㆍ영상ㆍ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보이며 작가에게는 멘토링 사업을, 더 나아가 지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아트투어 등을 실시해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 나가 발길이 뜸한 마을 곳곳에 예술이 스며들게 한다.
이처럼 예술가 레지던스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자 원도심 재생 및 지역 주민들의 문화향유를 느낄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김해에서는 크고 작은 레지던시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은 비영리단체 및 소규모 단체로 활동하기에 지속성을 유지하는 일도 매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젊은 인구가 타 도시로 빠져나가는것 처럼 김해의 젊고 유능한 예술인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레지던시 등 예술 인프라 확산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