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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⑤
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⑤
  • 경남매일
  • 승인 2022.09.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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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연구가 이 지산

명말 청초의 저명한 의리파 역학자로 손기봉이 있다. 그는 만연에 자신을 세한노인(歲寒老人)이라 자칭했는데 <독역대지(讀易大旨)> 5권을 지었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건국되자 벼슬에 뜻을 접고 하남 하봉에 우거하면서 겸산방을 열어 후학을 양성하며 역을 깊이 연구했다. 그의 저서 <독역대지>에서 독역(讀易)은 겸손을 뜻한 것으로 그저 역을 배울 뿐이지 어떤 새로운 학설을 제창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대지(大旨)는 의례에 근거한다는 말로서 그 요체를 집설했을 뿐 결코 예의 내용을 축자축구(逐字逐句)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서명을 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역해석은 도서학에 대해 기존 의리파 역학자들처럼 상수역을 공격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상전으로 한 괘의 취지를 해석하고 한 괘를 가지고 64괘의 의리를 통변한 것이 많다. 그는 역을 가지고 자신의 자연철학과 사회철학을 표명하면서 역을 편찬하는 것은 사람의 깊은 뜻이요, 천지자연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화하고 순환하는 것은 위로 천도에 이르고 아래로는 인도에 이르는 보편법칙이라고 했다. 그는 평생 역을 인간의 삶을 위한 실용성 위주로 탐구했다.

그 밖에 명말ㆍ청초의 역학자로는 조포와 진몽뢰를 들 수 있다. 조포는 <역작(易酌)> 14권을 저술했다. 그가 이 책에서 표방한 의리역의 해설은 명백 정대하여 정주(程朱)를 우익으로 삼아 송의 의리역을 명징하게 서술했다. 진몽뢰는 <주역천술(周易淺述)> 8권을 지었다. 그는 주희의<주역본의>를 위주로 왕필의 주(注), 공영달의 소(疏), 소식의 <동파역전>, 호광의 <주역전의대전>,  래지덕의 <주역집주>를 참고하여 역을 서술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역학가의 서술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역에 함축된 의리가 다양했지만 대체적으로 리, 수, 상, 점 넷으로 역을 해석했다. 진몽뢰는 <주역천술>에서 역은 인간사에 대한 해설로 사람의 마음을 말하거나 하늘을 말한(천도) 의리파 역학자들처럼 현학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쉬운 말로 역을 해석했다. 그밖에 명말청초의 의리파 역학저서로는 장영이 지은 <역경충론> 2권, 이공이 지은 <주역전주> 7권, 심기원이 지은 <주역공의집설> 20권 등이 있다. 

이처럼 명의 망국지세로 대부분의 명말 유신들은 심산유곡에 은거하여 주역공부에 몰두함으로써 망국지사의 시대적 울분과 한을 달랬다. 아무튼 왕부지와 이광지 같은 걸출한 의리파 대유가 존재했다는 것에 명말청초 의리역의 방점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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