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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파고 넘어야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파고 넘어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09.07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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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비엔날레 계절이 돌아왔다. 2022 부산비엔날레와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개최되거나 개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일 개막한 2022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11월 6일까지 6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다음 달 7일부터 오는 11월 20일까지 성산아트홀 실내외에서 마련된다. 2022부산비엔날레는 25개국 64팀(작가) 80명이 참가해 239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영도 폐공장, 초량 이바구길 주택에서도 전시된다. 부산의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공간적 특성들이 부산의 역사, 자연, 산업 그리고 우리의 삶을 잘 나타낸다. 부산항 제1부두 창고는 이번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돼 관심을 끈다.

2022 부산비엔날레의 슬로건은 `물결 위의 우리`(We, On The Rising Wave)이다. 김해주 전시감독은 물결은 사람들이 이동, 요동치는 역사, 전파와 파장, 땅과 바다 그리고 상호 연결을 함축한다고 설명한다. `물결 위`는 우리 각자의 몸이 물결과 같은 역사와 환경 위에 놓여 있고 인간을 비롯한 지구 위의 생명과 사물들이 세계의 구성체로 서로 긴밀이 엮여 있음을 환기하고 있다. 작은 어촌이었던 부산은 바다를 메워 일군 땅 위의 항구로 시작해 급격한 인구의 유입과 함께 언덕을 채운 집들로 모습을 갖추며 점차 도시가 됐다. 지금 부산은 고층 빌딩의 수직선과 사람, 물류의 이동을 위해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와 대교가 교차한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부산의 풍경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펼쳐내고 이를 더 먼 곳의 이야기들로 연결한다.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가 이루는 주요 항로는 모두 4개이다. `이주`, `여정 그리고 여성 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의 변화와 로컬리티`다. 부산은 지난 1876년 개항과 함께 한국전쟁(1950년~1953년), 산업화를 거쳐 급속하게 확장된 도시 인구와 대부분 타지에서 유입된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부산의 정체성을 `이주`에 뒀다. 이를 다른 이주의 역사와 그 파생되는 이야기를 연결한다. 부산의 산업화 과정에 기여했으나 그 그늘이 가려진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산, 강 바다의 다양한 자연 지형 위에 압축적인 성장과 변화를 겪으며 일어난 부산의 `도시 생태계`의 문제에서 출발해 오늘날 전 지구적인 환경파괴와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삶들을 돌아보며 당면한 상황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상호 공존 문제를 드러낸다. 끝으로 기술도입과 근대화의 과정이 도시의 형성에 미친 영향들을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만날, 변화하는 기술은 지역의 장소성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고 한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이와 같은 네 가지 항로에 대한 탐험을 통해 `물결`이 어떠한 형태, 상태, 시간에 있는지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다음 걸음을 질문한다.

2022 부산비엔날레에서 `부산`은 출항하는 이야기들의 출발점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갔던 지난 3여 년 동안 억눌렸던 창작의 욕구가 분출되듯 많은 참여 작가들이 직접 부산을 방문해 부산을 연구하고 부산지역의 다양한 주제들과 협업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출품해 눈길을 끌게 한다. 라이스브루잉시스터스 클럽(Rice Brewing Sisters Club)는 이번 부산비엔날레에 선보일 신작 제작을 위해 올 4월부터 부산에 체류하며 작품을 구상했다. 영도 동삼동 어촌계 해녀촌과 기장의 신암 어촌계 해녀촌 등 부산에서 맨손 어업과 해조류, 갯바위를 연결하는 장소들을 찾아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해초를 채취하고 가공하는 손동작을 배우고 해조류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김익현은 지난 1985년생의 부산 출신 작가로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속의 세계를 연결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1905년에 건립돼 100년 전 부산 바다의 발길을 비추던 제뢰등대와 부산~일본 지바현으로 연결되는 해저 광케이블과 관련한 작업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참여적 예술 실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Francisco Camacho Herrera)는 서구 열강이 주도한 식민의 역사가 현재 저개발국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로 이어지는 현상을 들여다본다. 남미 아마존, 아프리카의 대규모 고무 플랜테이션과 그 기술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되고, 이를 다시 부산의 고무 산업과 연결한다. 이번 작품은 특별히 불화장 118호로 지정된 수원 참마음 선원 법인 스님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전시 이외에도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렉처, 워크숍 등 장르를 망라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물결 위의 우리는 이제 파고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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