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짓는 비결, 대중공양 <大衆供養>
복 짓는 비결, 대중공양 <大衆供養>
  • 도명스님
  • 승인 2022.08.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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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 스님 산 사 정 담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인생사 복잡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복놀음`이다. 복이 많으면 귀하게 되고 복이 없으면 삶이 곤궁해진다. 복은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으므로 자작자수(自作自受)라 한다. 그래서 근래에는 새해 덕담도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복 많이 지으세요`로 바뀌고 있다. 복을 누리기 위해선 복을 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라! 착한 마음으로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한다. 살아가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도와주면, 도움받은 이들이 감사하게 되는데 이럴 때 복이 쌓인다. 복 짓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음식을 널리 베풀고 봉사하는 일이다. 그에 대한 귀감이 될 만한 예가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은사이신 정여 큰스님은 범어사 주지를 역임하셨고, 지금은 스님들의 품계를 심사하는 조계종단의 법계위원이시다. 스님은 젊은 시절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장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생사와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도하게 된다. 이후 귀국하여 생사와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출가를 결심한다.

출가 후 고단한 행자 생활을 열심히 하던 중 해가 바뀌어 주지 스님을 비롯한 산중의 어른 스님들께 새해 인사를 하게 되었다. 속가의 성(性)을 따라 오 행자로 불리던 스님은 스무 명 남짓의 행자들과 함께 당시 선방의 선덕(禪德)이셨던 어느 노스님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행자들의 인사를 받은 노스님께서는 오 행자를 뚫어지게 보시더니 대뜸 "거기 있는 너는 중놀이(스님생활) 참 잘하겠구나!"하고 한마디 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오 행자는 여러 행자들 가운데 유독 자신을 지목하여 스님 생활 잘하겠다 하였으니 무척 기뻤으나 당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곤 얼마 후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해 혼자 노스님을 찾아뵙고 묻게 되었다. "스님 지난번 저에게 중놀이 잘하겠다 하셨는데 어째서 그런지요?" 하고 여쭈니 말 끝나는 즉시 노스님은 "야 이놈아, 너는 얼굴도 새까맣고 복도 지지리 없게 생겼더구나, 너 같이 복 없는 녀석을 누가 채 가겠느냐, 그래서 중놀이 잘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오 행자가 받은 충격은 컸다. 무슨 대단한 칭찬이라도 해주실 것이라 잔뜩 기대하였는데 칭찬은커녕 `너는 가장 박복한 사람이야`라는 실망스러운 대답만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동안 말문이 막힌 오 행자는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스님 박복한 제가 어떻게 하면 복덕을 갖출 수 있을까요" 하니 "복을 짓는 데는 도를 닦는 수행자에게 공양 올리는 만큼 좋은 게 없다, 한 삼 년 스님들께 밥을 지어 올리는 공양주를 하면 복이 생길 것이야"라며 열심히 복을 지으라 격려해 주셨다.

그날 이후 오 행자는 공양주 소임을 삼 년 하리라 결심했고 범어사에서 2년, 남해 용문사에서 1년 스님들께 밥을 지어 올리며 공양주 삼 년을 모두 채웠다. 이후 결재 철에는 선원에서 수행하고 해제 철에는 남해 보리암에서 기도를 하며 암자 뒤쪽에 있는 토굴에 머물렀다. 그때만 해도 세상이나 절집이 모두 어려운 시절이었고 토굴에서는 끼니조차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 땟거리가 떨어져 망연히 방에 앉아 `나는 왜 이리 복이 없는가`하고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연로한 노스님 한 분이 방문을 열어젖히며 "옜다, 양식이나 해라"하고 둘러메고 온 곡식 자루를 방바닥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가 혜안으로 살펴보니 젊은 수좌가 양식이 떨어졌길래 좀 가져왔다, 앞으로 좋은 날이 올 것이니 열심히 정진해라" 하셨다. "스님 제가 이렇게 땟거리가 없이 박복한데 무슨 말씀하시는지요?" 하니 "허허 이 사람아, 자네가 박복하다고? 자넨 앞으로 큰 절을 몇 개나 짓고 많은 사람들이 따를 테니 두고 보게!" 하였다. 당시에는 믿지 못하였으나 수십 년 후에 노스님의 예언은 사실이 되었다.

뒤에 알고 보니 노스님은 남해도인으로 불리우는 분으로 미래를 보는 이인(異人)이셨다. 언젠가 스님께서 옛일을 회고하면서 "현재 나의 복덕은 3년간의 공양주 소임 때문"이라 말씀하셨다.

수행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재물을 베푸는 것을 절집에서는 대중공양(大衆供養)이라 한다. 복을 쌓는 비결 중의 하나가 많은 이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대중공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위해 물질을 베푸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낮추고 타인을 위하는 모든 행동이 복 짓는 인연이 된다.

복은 인연이 되면 짓는다는 소극적 마음보다 `나날이 복을 짓고 살자`라는 적극적 마음일 때 복 지을 인연도 가까이 온다. 자기가 지은 복덕은 그 누가 빼앗아 가지 못한다. 세상이 어려워도 복인(福人)은 흔들지 못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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