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를 빌려, 경남을 말한다 ①
진해를 빌려, 경남을 말한다 ①
  • 이영준
  • 승인 2022.08.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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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br>​​​​​​​경남여성교육연구원 이사
이영준
​​​​​​​경남여성교육연구원 이사

 

속천 앞바다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아름다웠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그 위에 그림처럼 솟아있는 대죽도와 소죽도, 그 사이를 꿈결처럼 오가는 작은 고깃배들,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우아한 날갯짓으로 포물선을 그리고, 뭍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음악처럼 넘쳐나던 진해 바다 풍경.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나는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해가 좋았다. 진해는 내 삶의 터전이 되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길렀다. 봄이면 수십만 그루의 벚나무가 피워내는 꽃물결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나의 지인들도 자주 내 집을 드나들며 진해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한 아름 안고 돌아가곤 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2022년 봄, 벚꽃이 다 지고 초록이 완연한 때에 탑산에 올랐다. 산을 지키는 나무들은 그동안 덩치를 키워 산 전체가 웅장한 숲을 이뤄 아름다웠다. 그런데 인적은 없고, 산은 침묵 속에 잠겨있었다. 탑산 꼭대기 하얀 타워도, 모노레일 정류장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가슴 속 밑바닥에서 까닭 모를 슬픔이 큰 덩어리가 되어 명치를 찔렀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이후 사단법인 `경남여성연구원`이사의 직함으로 진해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그동안은 내 삶에만 안주해 왔던 탓에 내가 사랑하는 진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 관심 둘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부끄러웠다. 군사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진해는 도시개발이 제한되어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여의치 않았던 것은 처음부터 알았으나 그게 나랑 뭔 상관? 하며 묵인해 왔고, 구도심의 일제시대 가옥 등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때도 그저 잘된 일이겠거니 했다.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진해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 모든 것이 쇠퇴하고 말았다. 진해 경제의 주축이던 STX 조선이 몰락했다. 벌써 10년째다. 덩달아 마천주물단지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거기 생계의 끈을 걸어놓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구도심 상권은 입대 인구 감소로 해군 입대장병이 줄고, 관광객마저 현저하게 줄어든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개점휴업 상태. 이러한 침체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 소상공인, 다문화 가정, 노인들의 삶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이들을 보살피고 구제할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지난 2012년 폐지되었다. 2013년 STX가 문을 닫았을 때 혼란은 가중되었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 및 다문화가족센터는 아예 없다. 그나마 있던 육군대학도 타지로 이전하여 대학이 없고, 고등학교 부지도 매각해 버렸다.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진해역이 폐쇄되었으며, 신항에는 대형 차고지가 없어 대형 화물차량이 방치되고 있다.

현안은 산적해 있고, 해결은 시급하다. 먼저, 산업ㆍ고용위기지역 기한을 연장하고, 더불어 기회발전특구(ODZ)로 지정해야 한다. 올 7월 부임한 박완수 경남지사는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하였다. 경남의 희망을 가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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