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1:55 (토)
이주민 원활한 소통은 체계적 언어교육에서 나오죠
이주민 원활한 소통은 체계적 언어교육에서 나오죠
  • 이정민·박슬옹기자
  • 승인 2022.07.28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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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늘지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미비
언어 소통 부재 등 문화 차이 가족 갈등 부추겨
다문화 가정 여성 느끼는 쓸쓸함ㆍ외로움도 급증
한국 정서 담긴 그림책ㆍ한식 푸드테라피 운영 줄어
한국어 실력ㆍ공감 능력 상향 결과 선입견 등 사라져
다문화 이주민센터 형성ㆍ교육 프로그램 대중화해야
강춘수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 대표는 "그림책 한국어 교육이 놀이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과목화 돼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다문화 이주민이 직접 새로운 이주민을 가르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춘수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 대표는 "그림책 한국어 교육이 놀이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과목화 돼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다문화 이주민이 직접 새로운 이주민을 가르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인터뷰
강춘수 대표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

최근 한국은 외국인 이주노동자 증가와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 가정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혼인을 맺는 부부 100쌍 중 7쌍이 다문화 부부이며 출생아 100명 중 6명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3%에 달한다.

다문화 가정과 아이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아 다문화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엄마의 한국어 능력이 자녀의 발달과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들어온 다문화 이주 여성들은 자신들도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자연스레 전체적인 학습 능력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다문화 가정들의 엄마와 아이들에게 한국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없을까.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는 강춘수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에서 한글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20년 전쯤 4살짜리 아이를 가진 일본인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며 찾아왔어요. 그분께 한국어에 대해 알려준 후 그분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한국어에 대해 가르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시작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다문화 여성들과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다문화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에요. 필리핀에서는 습한 날씨 때문에 옷을 빨랫줄에 늘 걸어놓고 입을때마다 바로바로 걷어서 입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의 시어머니들은 이 모습을 보고 게으르다고 생각하시죠. 다문화 여성들은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런 문화를 설명조차 할 수 없고 왜 자신을 게으르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언어 소통의 부재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 모습을 보며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원활한 언어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평소에 제가 강의하고 다니던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을 한국어 교육에 적용해보기로 했어요. 한국의 정서, 가족문화가 담긴 그림책을 골라 책 안에서 주는 감성적인 메시지들을 함께 읽으며 공감하는 과정으로 한글을 가르치다 보니 상당히 괜찮은 교육 성과가 나와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첫 시작부터 힘들긴 했어요. 시 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다문화 인식 개선 사업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후원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자비로 봉사를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문화 가정 여성의 힘든 점을 더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느끼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한 남편의 반대로 인해 한국어 수업을 듣지도 못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아무래도 저녁 8시쯤부터 시작하는 강의라 이상하다고 의심하시는 남편분들도 많이 계셔서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어요."

▲ 반대로 다문화 강사로서 뿌듯했던 점과 기억에 남는 일은?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그림책 논술 이야기 교재.
글로리아 문화정책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그림책 논술 이야기 교재.

"아무래도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더 많은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에 반대하는 남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국어 수업과 더불어 한국 요리를 알려주는 푸드테라피를 운영하게 됐어요, 그분들이 직접 자기 나라의 로컬 재료에 한국식 양념을 사용해 만든 한식을 가정에서도 만들어 주다 보니 남편들의 선입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또, 아내가 점점 한국어 실력이 늘어 언어적 소통이 잘되기 시작하고 아이들도 굉장히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들었는지 남편분들이 푸드테라피에 함께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다문화 강사로서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하면 앞서 말한 일본인 다문화 어머니가 우리 연구소 1호 다문화 강사로 강의하려고 자리에 섰을 때였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시는데 너무 즐거워 보이셨어요. 그 자리에 서기까지 그분이 얼마나 고생하신걸 알고 있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 한국인이 가진 다문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문화 이주민이라고 하면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온 사람들인지 모르기에 막연하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 인식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막연한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다문화 이주민 분 중에서도 간혹 안 좋은 인식이 만들어질 만한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행사나 프로그램에 오실 때 약속을 안 지키세요. 오신다고 말해놓고 안 오시거나 약속 시간보다 30분씩 늦게 오시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태도들 때문에 불쾌감을 느껴서 선입견을 품게 되는 한국인 분들도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문화 이주민들에게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3년간 강조하고 설득하며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30분을 더 일찍 오시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 약속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렇듯 다문화 이주민분들도 조금은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나가시면 한국 사회에 깔린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다문화에 대한 처우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다문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그때 다문화 어머님들이 가장 바라시는 것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쉬어 갈 수 있는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다문화 교육도 더 체계화 됐으면 해요. 다문화 교육의 전문가들을 모아 시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교육프로그램들을 대중화시키고 더 많은 교육을 접할 수 있게 됐으면 해요.

저희가 하는 그림책 한국어 교육이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과목화가 돼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다면 다문화 이주민이 직접 새로운 이주민을 가르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될 거예요.

앞으로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들이 생겨 다문화 이주민들이 원활한 언어 소통을 통해 차별 없는 대한민국에서 편하게 살아갈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박슬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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