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냐 폭치냐 그것만 선택하면 될일
법치냐 폭치냐 그것만 선택하면 될일
  • 경남매일
  • 승인 2022.07.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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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1989년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폴란드, 헝가리, 체코에서 공산당정권이 시민봉기로 무너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여 대처 영국 총리에게 강성 이념노조문제 해결에 대한 조언을 구했더니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일반 노조원들은 순진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일합니다. 문제는 노조 지도층인데 이들의 독재적 권위를 분쇄해야 합니다. 이것은 몇 가지 법을 고치면 어렵지 않게 해결됩니다." 대처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을 만나기 4년 전 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력을 행사하던 석탄노조와 1년간 대결하여 완승을 했다. 영국의 탄광은 산업혁명의 동력을 제공한 역사적 존재였기 때문에 탄광노조는 이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정부와 대중도 그 공을 인정하는 심리가 있었고, 이것이 탄광노조의 규모와 결합되면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높았다.

1차 대전 후 석유가 주 에너지의 지위를 차지하면서 시설과잉, 인원과잉으로 탄광의 채산성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나 노조의 영향력 때문에 천문학적인 적자를 수십 년간 감당했어야 했고, 1973~1974년의 탄광노조의 총파업 직후 총선에서 보수당 정권이 패하자 탄광노조가 총파업을 하면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일종의 신화까지 생겨버렸다. 급기야 1980년대에는 누가봐도 명백한 공산주의자가 위원장이 되면서 대처는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한테 넘어갔으므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결심했다고 회고록에 쓰고 있다.

대처는 탄광노조와의 대결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였다. 파업으로 인한 석탄 공급 차질과 노조의 반출 방해에 대한 대책을 면밀하게 세웠다. 그리고 탄광노조와 싸울 적임자를 홍보형과 투사형으로 인선하여 여론의 지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노조에는 단호한 사인을 주었다. 대처는 1년간 지속된 탄광노조 파업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업불참 광부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경찰력을 집중배치하였다. 선의가 악의를 이기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선량한 시민을 지키는 것은 시민 자신이 아니라 국가 공권력이다.

영국 탄광노조는 발전소 및 제철소로 반출되는 석탄을 저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였지만 경찰은 기마대를 동원하여 이들을 짓밟았다. 69명이 다쳤다. 다음날 대처 총리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여러분들은 어제 TV를 통해 그 광경을 보셨을 겁니다. 어제 광경은 법치를 폭치로 뒤바꾸려는 책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법을 수호하려는 공정함을 훈련받은 경찰이 있고, 법을 준수하고 폭력을 배척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있으므로 저들의 기도는 실패할 것입니다. 법치는 폭치를 눌러야 합니다". 대처는 두 달 뒤 다시 의회연설에서 "탄광노조에게 굴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의한 통치`를 `폭도들에 의한 통치`에 양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처는 의회 토론에 임하여서도 탄광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당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노동당은 모든 파업을 지지합니다. 그 파업이 무슨 명목이든, 어떤 손해를 끼치든 무조건 지지합니다. 이번에 노동당은 일하는 광부를 공격하는 파업광부들을 지지함으로써 이 나라에서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표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이처럼 대처는 탄광노조와 대결함에 있어 `총리의 말`을 가장 무서운 무기로 사용했다. 대처의 말은 논리적이고 단호하다. 이런 말은 탄광노조와 맞서는 경찰에겐 힘이 되고, 파업을 반대하는 대중에겐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

똑같다. 나라이름과 노조이름만 바꾸면 40년 전 영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똑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조의 행태는 똑같고 정부의 대응은 정반대다. 주사파 출신이 최초로 민노총 위원장에 올랐고 국가 경제를 파탄 내겠다는 식의 자폭식 파업방식과 비노조원을 협박하는 폭력적 방식을 버젓이 저지르는 노조의 행태는 똑같지만, 파업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선량한 비노조원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입장 발표도 못 하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감과 철학은 40년 전의 영국 보수당 정부와 전혀 다르다. 단언컨대, 향후 5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현안은 민노총의 파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할 역량과 의지, 철학이 없는 듯하여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접고, 혹시 다음에 올지 모를 보수 정부에 대한 당부를 해 본다.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거악과 싸울 수 없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없으면 선량한 시민들을 폭력으로부터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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