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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여(三不如)와 정치 부재
삼불여(三不如)와 정치 부재
  • 경남매일
  • 승인 2022.07.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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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삼불여(三不如)`는 중국 한나라 고조인 유방이 소화, 장량, 한신 세 공신을 거론하며 자기의 능력이 이 세 사람만 못하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했다. 소설 <초한지(楚漢志)>로 유명한 초한전쟁(楚漢戰爭)의 대미인 `해하전투`에서 한나라 유방(劉邦)이 초나라 항우(項羽)에게 승리함으로써 5년에 걸친 천하쟁패전은 끝이 났다. 유방은 이 전쟁에서 대승한 후 베푼 승전 축하연에서 신료들에게 항우를 꺾고 천하를 얻게 된 연유를 물었다. 이때 무신 고기와 왕릉은 유방과 항우를 비교하며 논공행상의 시시비비를 논했다. 이에 유방은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군영 내에서 계책을 세워 천 리 밖의 수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장량(長良)만 못하고,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달래며 식량공급과 운송로를 끊어지지 않게 한 일은 소하(蕭何)만 못 하며, 백만의 무리를 이끌고 싸우며 필승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이기는 일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출중한 인재들이다. 나는 세 사람을 기용할 수 있어서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범증(范增) 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한 사람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것이 나한테 항우가 진 이유다`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 `고조본기`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이는 유방의 뛰어난 용인술로서 통치권자는 어떤 사람을 등용해서 어떻게 부려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승리는 자신의 공이 아니라 주군을 위해 충성한 부하 장수들의 공으로 돌리는 겸손의 미덕을 보이는 것이 현명한 지도자의 덕목임을 말해준다.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간신 모리배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은 자기가 차지하고 과는 부하 탓으로 돌리면서 토사구팽하는 무능한 지도자는 결국 패망의 쓴잔을 들기 마련이다.

새 정부출범 후 낙마한 장관급 인사가 네 명이나 되어 청와대의 인사검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듯이 적재적소 인사는 수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 유용한 불변의 용인술이다. 대통령은 능력 중심의 자질론을 강조하지만 그의 인사 철학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사가 분명한 인재를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 난형난제다. 능력은 출중하나 수신제가가 덜 된 인재인가 하면, 수신제가는 그런대로 무난하나 업무추진 능력이 인사권자의 눈높이에 미달하면 불가다. 그러나 능력이 출중한 인재가 사소한 개인사로 인해 낙마하거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 정부나 새 정부나 국회의 인준비토 인사를 인사권자의 권한으로 임명을 강행하는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형식적인 국회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실수하거나 물욕 때문에 도덕적으로 흠결이 생기게 된다. 이럴 경우 추천이 있어도 정중히 사양하는 것이 군자의 도리이다. 국회청문회에 불러나가 사돈의 팔촌까지 망신시키면서 비굴하게 버티는 인사들을 보면 권력에 병든 자의 추한 모습 같아 역겨움을 느낀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꽃이 없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하면 먼지 없는 것이 없고, 덮으려고 하면 못 덮을 허물이 없다.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며,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라. 마음이 아르다운자여! 그대 향기에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다. 18년간의 긴 유배생활을 통해서 느낀 다산의 회한에 찬 독백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부 요직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회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제 것이라고 우기며 타협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싸운다. 개문폐점한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하는 일 없이 세비만 타 먹고 있으니 국고만 축내는 세금기생충과 다름없다. 지금 한국의 천재들은 문화, 예술, 체육, 과학 등 제 문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원더풀 코리아`인데 구태의 악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는 백년하청이다. `무식한 놈에게 돈 주지 말고, 미친놈에게 칼 주지 말며, 욕심 많은 놈에게 권력주지 말라`고 했다. 이조 500년을 망국의 길로 이끈 붕당정치는 헌정 70년이 지난 지금도 점입가경이니 목불인견이다. 권력에 눈먼 영혼 없는 자들의 탐욕은 머잖아 유권자인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부재로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아직도 착각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정치인과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선동가들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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