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사상자 31명을 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가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3-2부(정윤택ㆍ김기풍ㆍ홍예연 부장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아울러 법원은 삼성중공업 법인에 벌금 2000만 원을 명령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중대한 결과 책임을 오롯이 A씨에게 전가하는 것은 어려우나 책임을 지워야 함은 분명하다"며 "삼성중공업은 수많은 노동자 노력과 땀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굴지 중공업 회사로 엄벌 필요성 논하기에 앞서 이번 사고는 실망스러움 그 자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노동절이던 지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근처에서 작업하던 다른 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여파로 크레인이 흡연실과 화장실로 떨어져 직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수사당국 등은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사 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내용을 서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삼성중공업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ㆍ직원 등 15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삼성중공업 법인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재판에 넘겨진 11명에게 금고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고 2심은 나머지 4명도 무죄 판결을 뒤집고 금고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벌금형과 금고형 등을 선고받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대책 마련 의무 위반 등은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거제조선소가 과거 사고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삼성중공업과 A씨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A씨와 삼성중공업이 작업계획서에 충돌 방지 내용 작성하지 않고 충돌에 대비한 신호 방법을 제대로 정하지도 않은 점 등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