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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 한국영화 반 만이라도
우리 정치, 한국영화 반 만이라도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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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한국 영화가 또 일을 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년여 전 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에서 4관왕을 수상한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지난해 4월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등 수상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 2편이 모두 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같은 달 29일 개봉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렀다. 칸국제영화제 수상으로 금의환향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팀은 개봉을 앞두고 제작보고회, 시사회 등의 스케줄을 이어간다고 한다. 국내 개봉에 앞서 칸국제영화에서 먼저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칸국제영화제 2관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국내 영화 팬의 열기를 달구고 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수상을 한 박찬욱 감독은 이번 칸에서 감독상 수상에 다소 엉뚱한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상은 남녀 연기상이었는데요. 엉뚱한 상을 받게 돼서 하여튼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좋은 게 저 감독하고 일을 하면 좋은 상을 받게 해주는구나, 그런 인식이 생기면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바랐는데 좀 아쉽습니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으로 배우와의 작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아 훈훈하다. 배우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 구상을 했다는 캐스팅 비화가 있는 등 영화감독으로서 자기 작품에 출연한 배우에 대한 깊은 신뢰,배려,애정이 감동스럽다.

박 감독과 송 배우는 칸국제영화제 수상과 함께 한국 영화가 세계에 주목받는 것에 대한 물음에 내놓은 견해도 화제다. 한국 영화의 산실인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영화인의 얘기에는 우리가 느껴야 할 강한 울림이 있다. 박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강호 배우 역시 "외신기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한국 영화가 왜 이렇게 역동적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라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혹자는 까칠한 한국 영화 팬들의 요구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 그리고 좋은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좋은 관객이 좋은 영화를 만들게 한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한 것 같다. 결국 좋은 영화제작과 흥행 성공은 관객의 관심과 요구, 지지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실사 영화의 선전과 함께 K-애니메이션도 칸 영화제 등에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영화 이야기에서 한국 정치 이야기로 옮기려니 마음이 참으로 불편하다. 우리의 정치가 한국 영화의 반이라도 닮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끝이 났다. 여야 정치권은 희비가 엇갈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선거는 누군가는 낙선하고 누군가는 당선하는 것이 이치이다. 낙선에 울지 말고 당선에 기쁘기만 할 수 없는 것이 선거다. 낙선자는 4년 후 더 훌륭한 자질을 갖춘 정치인으로 돌아오면 된다. 당선자도 낙천자의 와신상담에 긴장하고 더 올곧은 정치에 힘써야 한다. 이제 대선과 지방선거의 잔치는 끝이 났다. 그러나 680일 후인 2024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그날을 위해 유권자도 까칠한 한국 영화 팬들처럼 정치권에 까탈을 부려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났다고 해서 유권자의 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무거운 채찍으로 당선인을, 정치인을 조련해야 한다. 그들에게 쪼아 릴 필요도 없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당선인의 옷깃에 반짝이는 배지의 주인은 바로 유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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