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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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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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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김해ESG연구소 소장
허영호 김해ESG연구소 소장

지방자치(地方自治, Local Autonomy)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주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권능과 책임 아래 지역의 공공사무를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해방 후 1952년 최초로 지방자치제가 실시 된 이후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로 지방의회가 해산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는 사라졌다. 이때부터 각급 행정구역의 모든 장은 모두 중앙정부에서 직접 임명하는 임명제가 실시 됐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개헌이 이뤄지면서 마침내 1995년 7월 1일 지방자치의 막을 올리게 된다. 정치체제에 있어 중앙집권체제는 정책집행의 신속과 행정 능력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민주 사회일수록 지방자치제가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방자치제가 무엇보다도 독재적 통치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는 권력이 집중됐을 때 가장 심한 유혹을 받는다. 지방분권은 이런 유혹의 싹을 거두고, 정권교체 등 정국 변동에 따른 행정상의 혼란을 방지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공공문제에 `자주적 결정`과 그에 따른 `행위의 책임성`을 주민에게 귀속함으로써 여론 분열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책임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지방분권의 역사가 오래된 것도 아니며, 미국처럼 연방 국가도 아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정치문화는 중앙집권체제에 익숙하며, 철저한 군주제였던 조선 500년의 터널을 지나온 우리 역시 서양식 지방자치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도의 정보화와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에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시나 통제는 이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민심 이반과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처럼 지방자치제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권만 가지고 그 밖의 행정, 입법, 사법은 지방정부에 위임하며 나아가 지방정부 산하 주 방위군이라고 하는 군대까지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도 한다. 이때 중앙정부를 연방정부라고 한다. 

지방자치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지방정부와 주민과의 관계에서 주민의 지방행정의 참여에 중점을 둔 주민자치다 즉 김해 시민과 김해시와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와의 관계에서 지자체의 자치권을 중심으로 단체 자치다. 이는 김해시와 중앙정부와의 관계 설정이다. 먼저 우리 시의 경우 많은 주민이 각종 봉사단체, 자치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자치가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참여자가 소수에 집중되어있는 감이 없지 않으며 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여전히 덩치 이상으로 작용하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이런 현상은 주민들의 자치에 대한 인식 부족도 있지만 공공 의제에 대한 정보 부족도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현행 각종 법률 자체가 지방이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지방에서 벌어들이는 세금의 상당 부분이 국세로 지정되어 중앙정부의 몫으로 흘러가고, 지자체가 쓸 수 있는 지방세 항목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온 예산 중 쓰고 남은 예산은 다시 거둬 가버리니, 남 주니 죽어도 우리 동네 쓰겠다며 연말이면 온 동네 보도블록을 갈아 엎어 대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개편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지자체 역시 꼭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과 지방자치의 양립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역균형을 위해서는 소외지역에 더 배려와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지방자치는 자칫 소외지역의 낙후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와 경제력에서 경부축선과 비경부축을 두고 볼 때 영남권은 인구 1300만여 명에 광역자치단체 5개(경남도ㆍ경북도, 부산, 대구, 울산)를 품고 있으며,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은 인구 2500만여  명의 세계 4위 광역경제권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의 비대는 비경부선축 지역의 영양실조로 이어져 지역소멸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으며 서서히 경부선축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자치제의 강화는 허약한 지자체는 앉아서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흔히 지방자치제는 `줄탁동시`에 비유된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한다. 안으로는 주민과 지자체가 밖으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호흡이 맞아야 된다는 의미다. 현 이번 6ㆍ1지방선거가 "지방은 없고 선거만 난무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자치의 순도와 균형의 감각이 평형을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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