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⑥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⑥
  • 박정기
  • 승인 2022.05.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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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열정 얘기
박정기의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의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병력 규모는 약 200명. 아무리 뛰어난 특수요원이지만 네 명으로는 중과부적이다. 4명 중 3명이 전사했다. 한 사람만이 겨우 구조되었는데, 거의 빈사 상태였다. 이 전투는 아프간에서 미군이 최대 손실(19명)을 본 전투의 하나로 기록되었다. 구원 헬기 2대가 동원되었다. 불행하게도 지원 병력을 실은 헬기 한 대가 격추되는 바람에 손실이 커진 것이다. 이 사건은 너무도 극적인 사건이라 <론 서바이버>란 제목으로 영화화까지 되었다. 이 외에도 미 육군 특전부대가 이라크에서도 비슷한 사정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 수뇌부의 고집을 존경한다. 그리고 이 방침을 따르는 미국의 초급장교의 용기에 놀랄 뿐이다. 그러나 나는 병불염사를 신봉하는 병학도라 이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전쟁을 처음부터 안 했으면 몰라도 일단 `싸움이 시작된 이상 전쟁은 전쟁의 논리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미국의 동력은 무엇인가? 미국 국민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정말 조상을 잘 만났다. 건국 아버지들이 어떻게 그런 정치 이념을 그 시절에 생각하고, 현실 정치에 적용까지 할 수 있느냐 말이다. 그리고 후대의 정치지도자들까지도 정교한 미국식 공화 정치 체제를 완성하는 데 진력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부럽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게 있다. 현대 물리학 제2법칙이다. 쉽게 말해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질서가 있는 상태에서 점차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 즉 우주 만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나빠진다는 법칙이다. 학자들은 이 물리학 법칙을 사회과학에 적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사람이 만든 회사나 조직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나쁜 방향으로 변해 간다는 이론이다. 구조조정을 한다, 사장을 바꾼다,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조직도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쇠퇴한다는 것이다.

왕조나 대제국도 세월이 2~300년이 지나면 쇠퇴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250년 역사도 절대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런데 미국의 식지 않는 줄기찬 발전 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미국인은 자기도 모르게 일종의 자존감, 소명의식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선조들이 신념으로 삼았던 기독교적 윤리관,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 평등 같은 보편적 가치를 먼저 미국에 실현하고 또 이를 세계에 전파하였다. 바로 이 소명의식이 동력이 되어 미국인을 독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부 개척은 끝났는데도 서부를 넘어 세계로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작동한다. 소위 Manifest Destiny 의식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서부 넘어 태평양과 그 너머까지, 미국 정신은 전파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대륙에서 독립혁명으로 세운 나라다. 그리고 자유, 평등, 개인주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이념으로 삼았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이것이 자기들의 예외성, 곧 아메리카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자세히 읽어보면 미국은 고귀한 이상을 위해 건국된 나라이며, 이를 영원히 지켜야 할 의무가 미국인에게 있다고 끝맺는다. 즉 미국의 건국과 사명은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아메리카니즘이나 미국의 예외주의는 바로 미국인 특유의 자존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에게도 자존감이 중요하듯 한 국가의 자존감은 위대한 미국을 낳은 또 하나의 정신이라고 본다. 나는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남북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왜 한 국가가 둘로 나뉘어 싸워야 했나, 그것도 형제끼리. 미국은 큰 나라다. 남북의 풍토, 경제, 기풍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은 공업이 발달하고, 남쪽은 농업이 성하였다.

북부는 유럽의 공업 국가를 닮아 경쟁 원칙과 평등주의를 숭상하여 개방적인 데 반해, 남부는 농업에 경제기반을 둔 사회라 흙을 가까이하는 사람 특유의 인정과 성실을 존중하는 보수적 기풍이 컸다. 또한 당대 스코틀랜드의 문호 스콧 경의 <아이반호> 같은 역사소설이 널리 읽히면서 남부에는 기사도 정신이 숭상되고 있었다.

따라서 신사의 명예심, 숙녀에 대한 예절과 존경, 손님에 대한 환대 등 중세적 분위기가 짙었다. 남부의 이런 기풍은 많은 군인 지도자들을 배출하였고 훗날 남북전쟁이 났을 때, 북부의 링컨은 지휘관 부족으로 고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기풍이 다르다고 남북으로 갈려 전쟁까지 벌여? 해도 너무했지 않는가. 이유를 따져보자. 우선 정치ㆍ경제적, 그리고 명분론과 사회 심리적 이유 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은 전쟁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한마디로 동질성과 정체성이 확립 안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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