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분금자학(焚琴煮鶴)
환경과 분금자학(焚琴煮鶴)
  • 김제홍
  • 승인 2022.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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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태평양에는 한반도 넓이의 7배인 180만㎢, 무게로는 약 8만 7000t의 해양쓰레기 섬이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Plastic debris)는 해양쓰레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450년이 걸린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역 2위와 3위에 인천ㆍ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류가 꼽혀 충격을 주었다. 해양 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과 관련된 논문 <경남 굴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쓰레기의 발생량 추정과 저감 방안 (2015, 해양정책연구)>을 보면, 해안가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한국이 오염국 1위에 올랐다. 2위는 하와이, 3위는 인도가 차지했고 브라질과 칠레가 각각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부스러기가 연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해양쓰레기다. 경남지역 굴 양식장 3554㏊에서 연간 약 66만여 개의 스티로폼 쓰레기가 발생한다. 스티로폼(Expanded Polystyrene)은 강도가 약해서 쉽게 쪼개지므로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으로 추정된다. 논문에 따르면, 2012년~2014년 우리나라 18개 해안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1~5mm, 평균 1만 개/㎡)이었으며 오염물질의 99%가 스티로폼이었다.

해양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돼 왔다. 대표적 사업으로 정부에서는 2002년부터 연안 시군에 어업용 폐스티로폼 부자 감용기 설치비를 지원한 것이다. 사용후 회수되거나 바다에서 수거한 스티로폼은 `감용기`를 통해 재활용 원료가 된다. 적당한 열을 가해 내부의 기체를 빼낸 것을 `인고트(ingot)`라고 하는데, 이를 재가공해서 액자, 건축자재(몰딩), 합성목재, 경량콘크리트 등으로 사용한다.

스티로폼 부자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의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다른 제품과 달리 수산 양식용 부자의 재활용 의무는 30%를 넘지 못한다.

경남도에서는 2025년까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려고 한다. 올해 예산 530억 원(자부담 포함)으로 자란만과 거제만을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나 어업인들의 자부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부담비율 30%는 수 백에서 수 천개의 부표를 교체하는 수하식 양식어업인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대표적인 친환경 부표로 꼽히는 폴리우레아 코팅형 부자(100ℓ)의 경우 개당 가격이 4만 원으로, 정부 보조금 2만 8000원을 받아도 어업인은 1만 2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경남도는 정부와 국회를 찾아가 자부담을 줄여달라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

스티로폼 부표뿐만이 아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제품과 합성섬유제품의 남용, 공장식 축산을 위한 숲의 파괴,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방출 등등, 우리가 얼마나 환경에 무심했는지, 이제는 인류생존에 위협을 느낄 지경이 되었다. 그저 값싸고 편리함만 추구하다가는 분금자학(焚琴煮鶴)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거문고를 땔감으로 쓰고 학을 삶아먹는다`는 뜻의 분금자학(焚琴煮鶴)이라는 고사성어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에 대해 한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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