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05 (금)
`고향사랑기부제` 알고 계신가요
`고향사랑기부제` 알고 계신가요
  • 박종국
  • 승인 2022.05.1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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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농협사천시지부장
박종국 농협사천시지부장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이 시는 신석정 시인의 1932년 작품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의 세계이지만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정신적 고향을 찾고 안식과 구원을 갈망하는 가슴 뭉클한 시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이 시의 종장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여염집의 아낙네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향을 가진 이라면 누구라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면의 한계로 전부를 담지 못하지만 중장에는 한가로운 꿩소리 등 자연과 전원생활의 동경도 담겨 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도 그러하듯 도시생활에 찌든 이들이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의 향수를 그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작가가 표현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나라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보니 안타깝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고향인 농촌은 인구의 유출과 더불어 고령화가 날로 심각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없어진 지 오래고, 정겨웠던 가을 운동회 모습도 보기 어렵다. 고향에 대한 애착은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나, 해결해 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깊은 한숨만 내쉰다. 때마침,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몇 달 있으면,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나아가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할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 1일 자로 시행된다.

신석정 시인이 그려내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고향을 지켜내고, 점점 쇠퇴해 가는 농촌지역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줄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이 법에 의한 기부의 방법은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있는 지자체가 아닌, 기부를 하고 싶은 고향 등이 속한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된다. 기부를 하면 세액도 공제받을 뿐만 아니라 일정액의 답례품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1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3만 원 정도의 답례품도 받는다. 계산해 보면 13만 원을 받는 셈이다. 기부하시는 분은 자신의 고향도 지키고, 지자체는 주민의 복리도 증진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가격이 요동치는걸 보면서 농업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기축통화를 자부하는 대국들은 대부분 식량주권을 가진 국가들이다. 절대우위, 비교우위 등에 따른 무역의 중요함을 모르는 바 아니나 농업만큼은 우위론의 잣대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농업의 가치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과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홍수의 방지, 생태계 보전, 농촌사회 전통과 문화의 보전 등 경제적 가치로 보면 연간 28조 원 수준으로 실로 엄청나다. ESG가 부각되는 시기, 농업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대목이다.

내년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면 꼭 고향에 기부하여 지역경제도 살리고, 농산물로 답례받아 농업의 가치도 올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올가을에는 빨갛게 익은 능금 따러 고향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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