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16 (금)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⑤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⑤
  • 박정기
  • 승인 2022.05.0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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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그는 `한국군 현대화의 아버지`라 불린다. 한국군을 전쟁할 수 있는 현대적 군대로 육성하고,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를 발족하게 한 사람이다. 재임 당시 그의 외아들 밴 플리트 주니어 또한 미 공군 중위로 한국전쟁에 참전 중 1952년 4월 2일, B-26 폭격기의 조종사로 평안남도 순천 부근에서 작전 중 실종되었다. 실종 후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치려는 부하들의 수색 작전을 장군은 중단 시킨다. 자기 아들보다 수색 작전 중 있을지 모를 부하들의 희생을 염려해서다.

장군의 아들 지미는 그리스에서 의무군 복무 기한을 채워 굳이 복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한다. 그는 신혼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폭격 임무 수행 중 행방불명된 것이다.

밴 플리트 장군은 1957년에 미국 최초의 한국 관련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설립하여 미국과 한국의 우호 증진에 힘썼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미우호 증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매년 `밴 플리트상`을 수여해 오고 있다. 이런 미덕은 군인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널리 작동하고 있다.

`기부 약속`이라는 게 있다. 미국의 돈 많은 사람끼리 자기의 부를 사회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모임이다. 2019년 현재 빌게이츠, 워런 버핏 등 204명의 첫째 가는 부자들이 가입했다. 미국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미국의 도덕성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가 채택한 윤리 교과서 가운데 『Just and Unjust Wars(1977)』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월남전 당시 평화운동가로 활약했던 월저 라는 학자이다. 이 책은 전쟁 중 저질러진 비윤리, 비도덕적 사건들을 파헤쳐 군부와 정부를 비판한 책이다. 책의 결론은 지휘관은 비무장 민간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면 부하들이 큰 위험에 직면하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도덕적 용기를 강조하고 있다.

민간인을 살리기 위해 부하들의 희생을 감수하라고 학교를 졸업하면 소대장, 중대장으로 부하들과 함께 싸울 사람들이다. 바로 그 당사자에게 부하보다 민간인을 우선하라니, 그 교육이 받아들여지겠느냐 말이다. 교실은 순식간에 격렬한 토론장으로 급변한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 육군은 이 교육을 고집하고 있다.

다음은 2005년 6월, 아프간전투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4명의 네이비실 특수부대 요원이 아프간 반군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마을에 침투하였다. 비밀 유지를 위해 침투 요원도 최소인원으로 편성하였다.

침투가 알려지면 목표 인물은 바로 도주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마을로 접근하던 중, 불행히도 3명의 양몰이 원주민에게 발각된다. 침투 요원들은 양치기들을 일단 체포하였다. 요원들은 양치기들의 신병처리 문제로 고민한다. 보내느냐, 처치하느냐. 이때 지휘관 머피 대위는 이들을 놓아주기로 결단을 내린다. 용기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한 시간 후, 탈레반 반군이 몰려왔다. 목동들이 신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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