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56 (금)
문 대통령은 아름다운 퇴장 보여주시라
문 대통령은 아름다운 퇴장 보여주시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2.05.0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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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5월 10일은 새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반면 이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양산 사저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하지만 끝물의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잊힌 삶을 원한다기보다 퇴임 후 사저정치가 우려되는 바 없지 않다. 새겨들어야 할 측면이 있다 해도 지난달 25~26일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은 경남도민의 우려를 낳게 만들었다. 또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 이전계획을 비판하는 등 언짢은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신구권력 충돌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켜 달라"고 인수위는 대응했다.

인수위 청와대 이전 팀은 "지난 5년간 국민은 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좌절과 분노 속에 지켜봤다"며 "문재인 정권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을 고집했으며,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는)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는 전면 개방해 취임 즉시 국민 품으로 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 비판을 두고 "지방선거를 위한 지지층 결집용", "퇴임 이후 활동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끝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검찰 정치화 대 정권의 권력 사유화 등 사안마다 이해를 달리하는 선택적 정치논쟁을 마다하지 않을 경우, 양산에서의 사저정치 또한 그 파고를 가늠할 수 없다.

이는 대선과정에서의 적폐 청산 발언 후, `분노한다, 사과하라`는 반응에 이어 당선 후는 `공공기관 인사문제와 집무실 이전 예비비` 문제 등이 신구권력 충돌이 아닌 신경전이라 해도 그 조짐은 미풍으로 끝날 게 아닌 것 같아서다.

실제 퇴임 열흘 앞두고 (코로나 방역)실외 마스크 해제는 인수위 방침에 어깃장을, (청와대)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토론도 안하고 밀어붙여, 마땅치 않다"며 거듭 비판했다. 또 70년 사법체계 틀을 바꾸는 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야당과 학계 반대 등에도 민주당이 꼼수에다 셀프수정 등 검수범벅이 돼 강행처리한 법안에 대한 이견은 신구권력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 △법치 △소수의견과 절차존중을 민주주의 핵심 기제로 꼽고 열흘 뒤 막을 내리는 문재인 정권을 평가한다면 1987년 민주화 이래 민주주의로부터 가장 멀어졌다고 이기홍 대기자(동아일보)는 서술했다. 그는 "내 편 심기를 통한 사법부 장악, 인사권을 이용한 감사원ㆍ검찰ㆍ선관위 장악 시도가 5공이래 가장 노골적이었으며, 입법폭주도 지난 35년간 목도하지 못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퇴임 인터뷰를 자화자찬과 자기합리화로 도배한 것이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는 능력이 결핍된 결과인지, 아니면 실제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옳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낯 두꺼움의 산물인지 애써 구분할 필요는 없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소통을 잘했다`는 등 삼척동자도 아는 객관적 사실의 정반대 주장을 펴는 것을 보면 간신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며 5년 내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더니 임기 마지막까지 자기들끼리의 벌거숭이 임금님 놀이에 취해, 나라를 다시 거대한 대립의 골짜기로 밀어 넣고 있다"면서 이제는 국민이 나설 때라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공포할 법이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한 검찰수사권완전박탈 법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문 대통령의 한 측근은 퇴임을 앞둔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1987년 체제 이후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내로남불 갈라치기 등 기억해야 할 역사의 진실보다 새 정부 비판 등 진영논리에 우선하는 현실정치 개입메시지가 계속될 경우를 도민은 우려한다.

물론 최고 지지율 대통령으로 영구히 기록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이 기억으로 박제되는 건 아니다. 저주받은 걸작이 뒤늦게 조명되듯, 동시대의 인기가 전부는 아니다. 물러나는 문 대통령은 이제 지지율보다 훨씬 냉엄한 역사적 평가 앞에 직면하게 된 만큼, 새 정부 비판이 △지지층 결집 △잊힌 삶이 아닌 현실정치 간여 △선거 개입으로 비치기보다는 포지티브한 워딩을 기대한다.

경남도민들은 사저로 귀향하는 대통령에 대해 가슴 아픈 트라우마(trauma)가 있다. 이는 건국 이후, 전직 대통령 흑(黑)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보여주시라는 것은 퇴임 대통령의 백(白)역사를 기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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