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4:40 (금)
위기의 수산업
위기의 수산업
  • 김제홍
  • 승인 2022.04.2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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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북서대서양에 접한 뉴펀들랜드 앞바다는 한때 빛나는 대구 황금어장이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탐험가 캐벗이 처음 이곳을 발견했는데, 대구가 하도 많이 잡혀 케이프 코드(cape cod)라는 지명까지 얻었다. 필자가 미국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제프리 존스(Jeffrey D. Jones,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가 신문사 기고문에서 미국 동부의 클램 챠우더(Clam Chowder) 수프를 극찬한 것이 생각나서, 케이프 코드까지 3시간을 달려 가족들과 그 수프를 먹은 적도 있다. 그러한 황금어장을 두고 지난 1980년대 초 캐나다 정부는 잘못된 데이터와 부실한 모델에 의존한 엉터리 예측으로 1990년까지 연간 40만t의 대구 어획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했고, 설상가상 캐나다 정부는 당시 대구를 잡던 선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어업 강도를 높였다.

1990년까지 남획은 계속되어 대구 황금어장은 결국 붕괴되어, 1993년 대구 어업은 무기한 중단되었다. 미국 로젠버그 대학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성기 이 지역 연안의 대구 성어 자원량은 약 139만 t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대구 성어 자원량은 약 5만 5000t 정도로 1세기 반 동안 약 95%가량의 대구가 줄었다.

그 결과 MSC(해양관리협의회)가 설립되었는데, 이 단체는 무분별한 수산물 남획에 대처하고 전 세계 수산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인데 우리나라에도 지부가 있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도 같은 경험이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쥐포의 재료인 쥐치는 1986년에는 연간 32만t이 넘게 잡혔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1000t 정도로 확 줄었고, 국민 생선이라던 명태는 1981년 어획량이 16만 5000t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점점 줄다가 2008년 이후에는 연간 1~2t만 잡힌다. 골뱅이라 불리는 물레고둥도 2009년 1288t을 마지막으로, 한반도 근해에서 1t 이상은 잡히지 않는다.

정부는 각종 법령, 제도, 정책을 통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9년에 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은 수산자원의 보호, 회복, 조성에 대한 것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연근해에 서식하는 고등어, 갈치, 참조기, 오징어 등의 개체수와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시행하여 1년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업구역 위반, 산란기 불법어업, 어구과다 사용 등 무분별한 어업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생물자원들은 줄어들고 있는데도 말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어류남획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다큐멘터리속 나래이터인 `알리`는 일본어부들이 참다랑어 어획을 위해 돌고래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엄청 충격을 받는다. 또 이들은 지느러미를 중국에 팔기 위해 상어를 잡고는 우연히 잡힌 부수어획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상어들은 지느러미만 잘리고 몸통은 바다에 버려지는 샤크피닝(Shark Finning) 방식으로 매년 1억 마리가 희생되고 있다.

더 슬픈 일은 상어의 간에서 추출하는 `스쿠알렌(squalene)`이 코로나19의 백신원료로 사용되면서부터다. 스쿠알렌 1t을 위해 상어 3000마리가 필요하며, 만일 전세계 78억 명에게 2회 접종을 한다고 하면 상어 50만 마리의 희생이 필요하다. 제발 다른 대체원료로 백신을 개발하기를 바란다. 수산자원의 유지를 위해서는 남획의 대표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참해야 할 것이나,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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